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기자금 빨아들여 운용도 단기화 '악순환'

■ 은행 대출경쟁…자금 단기부동화<br>하나은행 상반기에만 6조·우리은행은 8조 유치<br>"아직 우려수준 아니다"에 "선제대응 필요" 지적



A은행의 경우 지난 6월 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를 콜금리 인상폭보다 높은 0.39%포인트 올렸다. B은행도 2월9일 콜금리 인상에 발맞춰 예금금리를 콜금리 인상폭보다 높은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은행들이 콜금리 인상폭보다 예금금리 인상폭을 높인 것은 그만큼 시중의 돈을 많이 빨아들여야 하는 절박감 때문이다. 대출전쟁을 벌이면서 원화예수금 수위를 높여야 하고 그러자니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ㆍ새마을금고ㆍ신협의 수위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예금금리를 올리는 것은 예금자에겐 유리하지만 결국에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계돼 대출자에겐 금리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은행 수입의 85%를 차지하는 여건에서 예금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을 촉발하고 아울러 급히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수신자금의 단기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과열경쟁이 촉발한 부동자금의 ‘단기 고금리’ 현상은 시중은행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특판예금으로 나타난다. 은행들이 대출경쟁에 나서면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예금 등에 이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결과적으로 ‘고금리 경쟁’을 이끌고 있는 것. 상반기까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특판ㆍ복합예금을 중심으로 자금을 끌어들였고 하반기 들어서는 신한ㆍ국민은행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경쟁에 합류하는 형국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 들어 이미 상반기에만 5%가 넘는 특판예금과 시장성예금 판매를 통해 6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고 우리은행은 6%가 넘는 복합예금과 시장성예금으로 8조원이 넘는 돈을 유치했다. 은행들이 대부분 1년 만기 이하 정기예금과 은행채, 만기 6개월 이하의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상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대출상품과의 미스매칭(만기 차이에 따른 괴리현상)이 우려된다. 은행들이 대출은 3년 이상 장기로 제공하지만 수신은 1년짜리 이하 상품으로 제공함에 따라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출경쟁으로 인해 예대마진도 줄어들고 있어 은행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 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제공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CD금리에 1.35~2.45%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지만 올 8월 말에는 가산금리가 0.7~2.0%로 하향 조정됐다. 그 결과 같은 기간 CD 기준금리가 4.09%에서 4.68%로 0.59%포인트 높아졌지만 최저 금리는 5.44%에서 5.38%로 0.06%포인트 낮아졌고 최고 금리도 6.54%에서 6.68%로 불과 0.14%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단기적인 경쟁에 나서다 보니 상대적으로 발행비용 부담이 적은 금융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은행간의 과당경쟁이 고금리 경쟁으로 이어져 자금시장 흐름을 단기화하는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총 유동성(L)에서 만기 2년 이내의 통화(M2)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61.8%에서 7월 말에는 61.9%로 높아졌다. 최근 은행들의 수신경쟁이 아직은 위험수위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강경훈 금융연구원 박사는 “아직까지는 시중은행의 단기 수신 비중이 우려할 정도로 높아지지 않았고 은행채 발행규모도 아직까지는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상과 함께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관망세로 돌아선데다 투신권의 제도개선 등의 영향으로 인해 은행의 장기 정기예금 쪽으로 자금이 크게 유입됐다”며 “은행으로의 자금이동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추세적인 현상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은행권의 쏠림 현상이 97년 외환위기 이래 몇 차례 금융위기를 유발한 만큼 금융감독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대출 등 가계 부문으로 영업력을 집중하다 보니 은행들이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 우려감과 경기하강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면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리스크 요인을 재점검해 과당경쟁을 자제해야 하고 감독당국도 이에 걸맞은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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