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이어지던 코스피지수의 상승 흐름이 돌발 사태에 발목 잡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구제금융 신청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커진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도 크게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당분간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상품가격의 급등으로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와 단기 악재로 조만간 영향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7%(15.30포인트) 내린 1,964.69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오전 한때 1.17% 하락하며 1,950선으로 밀려나는 등 장중 지수가 큰 폭으로 출렁였다. 전 거래일까지 최근 6거래일 연속 '사자' 행보를 보이던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61억원어치를 내던졌고 기관도 910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 양상을 보인 것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이 크림자치공화국 대부분을 장악한 가운데 러시아 의회가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자 전날 알렉산드로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 대행이 전군에 '전투태세 돌입' 명령을 내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커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커지면서 최근 잠잠해졌던 신흥국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의 신흥시장 이탈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제한되는 것 이상의 충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에서 생산돼 유럽으로 배송되는 천연가스의 70%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데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곡물 생산국인 만큼 국제 상품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경제 규모가 미미함에도 외부적인 파급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4월 인도분 가격이 전날보다 2.5% 올랐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는 옥수수와 밀 가격이 2% 이상 상승했다.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천연가스와 곡물 가격이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적으로 보면 우선 유럽 시장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유럽 경기 침체의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단기적인 악재로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지난해 말부터 일부 신흥시장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지만 단기 악재에 그쳤다"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는 만큼 코스피지수는 1,950포인트 위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 역시 "선진국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이되는 것은 속도가 빠르지만 주변국에서 선진시장으로 위기가 옮겨가는 것은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충격도 작다"며 "아시아 신흥시장 대비 코스피지수 하락폭이 크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역시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