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계속되는 '재벌총수와 검찰의 악연'

14일 귀국한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재개되면서 재벌총수와 검찰의 `피할 수 없는 악연'이 눈길을 끈다. 재벌총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검찰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좀처럼 없었지만 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 김승연 한화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받은 공사 소개료로 미국 호화저택을 구입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악연이 가시화됐다. 본격적인 재벌총수 소환은 대검 중수부가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수사에서 기업들의 `검은 돈' 상납 혐의를 포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 등 7명의 재벌총수가 불구속기소돼 법정에 섰고 한보 정태수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것. 국민의 정부 때는 1999년 2월 신동아그룹 최순영 전 회장이 국내 은행으로부터 1억8천500만여달러를 대출받아 이 중 1억6천500만여달러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철장 신세를 졌다. 최 전 회장의 구속에 분노한 부인 이형자씨가 언론 등에 "옷값 대납을 강요 받았다"며 검찰총장을 상대로 폭로전을 시작해 `옷로비 사건'에 특검제가 도입됐고 청문회, 대검의 재수사 등을 거치며 검찰과 최 전 회장측 모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2002년 7월 이형자씨 자매의 위증혐의가 무죄확정된 다음날 검찰이 곧바로 최전 회장을 외환도피 등 혐의로 추가기소하자 최 전 회장측은 반발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재판이 두 차례나 파기되며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는 고역을 치르는 중이다.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도 1998년 6월 기아사태와 관련해 부실계열사 지급보증과회사 공금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2000년 6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1999년11월에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조세포탈 혐의로, 2000년 8월에는박건배 전 해태회장이 19억여원 유용 등의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검찰과 `질긴' 악연을 가졌다. 검찰은 1994년 8월 최 회장이 20만달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11개 은행에 불법예치해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를 잡고 조사했지만 결혼축의금으로 인정돼 무혐의처분했다. 이듬해 12월에는 이 돈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스위스 비밀계좌를 찾지 못해 자금의 정확한 성격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결국 7년여만인 2003년 2월 이른바 `SK사태'로 검찰에 구속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10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선처'를 받아 경영권 문제와 신병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는 행운(?)을안았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5억달러 대북송금 사건 특검'에 뒤이은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수사가 진행 중이던2003년 8월 목숨을 끊어 국내외에 큰 충격을 줬다. 검찰은 정 회장 조사 등을 통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을 구속했지만 박 전 장관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았고 현대 관계자들이 비자금 조성 과정을 숨진 정회장이 유일하게 알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던 `현대 비자금'의 용처는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2003년 말에는 대검 중수부가 사상 초유의 `대선자금' 수사에 나서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될 위기에 놓였지만 CEO(최고경영자)들이 `짐을 떠안는' 바람에삼성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부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손길승 SK 회장 등이 사법처리됐다. 대검 중수부는 최근에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의혹 수사에 나섰지만 김승연 회장이 해외에 나가 귀국하지 않아 수사가 미뤄졌고 결국 올 2월 검찰에 나온 김 회장을 조사했지만 일단 사법처리는 유보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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