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증권사들이 급변하고 있다.그동안 증권사들에게 있어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이던 수탁수수료가 수수료자율화시대를 맞아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최근 주가반등으로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입이 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이후 장기간 증시침체로 수수료 수입 자체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천수답형」인 수탁수수료수입 일변도의 수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익증권 판매를 강화, 4대그룹 계열 증권사는 금년 9월말기준 처음으로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수탁수수료 비중이 50%를 하회했다. 반면 이들 4대사의 수익증권 취급수수료 수익은 33.7%를 차지했다.
반면 중형증권사들은 특화, 전문화 전략으로 IMF시대를 극복하고 있다. 이들 역시 수익증권 판매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룹의 후광을 업고 있는 4대 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형사들은 과감한 성과급제 도입을 통한 수탁수수료 수익 극대화, 채권전문 증권사로의 발전등 경영혁신과 전문화를 통한 생존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세종증권(구 동아증권)은 이미 채권전문 증권사로의 발전을 선언, 전문화에 착수했다. 다른 증권사들역시 앞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시가평가제 본격도입과 함께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고 관련인력을 늘리고 있다.
이와 함께 중형사들은 외화표시채권, 기업어음(CP)등 「틈새시장」의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중형증권사들의 과제는 생존, 발전을 위한 다양한 수익기반의 창출에 있다』며 『앞으로 금융기관간 업무장벽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기 때문에 과거 증권사에서 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가 수익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형증권사들은 이같은 분야의 하나로 자산담보부 채권(ABS)을 거론하면서 시장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권간 업무영역이 대폭 확대되면 증권사에서 리스, 부동산투자등 다양한 투자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형사들의 진로는 이같은 신규업무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중견증권사들은 재무구조개선에 중점을 기울여온 결과 IMF위기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 지난 IMF한파 이후 대부분의 대형증권사들이 경영난을 겪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들 중견증권사들은 증시침체로 인해 수입이 격감하고 금리가 치솟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버틸 수 있었다.
또 일부 중견증권사들을 IMF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채권이나 선물, 기업어음등의 부분에서 대형증권사들을 제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이같은 중견증권사들의 탄탄한 재무구조는 영업용순자본비율에서도 잘나타난다. 증권사에 있어서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해당하는 것이다.
증권감독원은 이비율이 200%를 밑도는 증권사들에 대해 경영개선명령을 내렸지만 대부분의 중견증권사들은 오히려 이비율이 크게 웃돌고 있다. 대형증권사들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이 200%대에 머물고 있는데 비해 유화증권의 경우 2000%를 웃돌았다. 또 건설, 신흥, 신영, 부국, 일은증권은 400%를 웃돌고 있다.
한편 최근 증권업계에서 대형증권사들은 막강한 지점망을 이용해 수익증권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인해 일부 대형증권사의 경우 주식매매에 따른 위탁수수료보다 수익증권판매 수익이 더 많아지는등 수익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이로인해 중견증권사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일부 증권사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이른바 홈트레이딩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홈트레이딩의 경우 별도의 지점이 필요없기 때문에 대형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안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