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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느닷없이 핵무기를 내세워 유엔을 맹비난하고 나섰을까. 크게 두 가지 목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째, 국제적인 명분이 필요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불과 하루 만에 불허해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국제 여론에 대해 '유엔은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라는 등의 이유를 붙여 방북 허가 취소의 정당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내부 불안의 외부 전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하는 등 최측근들을 잇따라 처형하는 '공포 정치'로 북한을 움직이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외부에서 조성되는 긴장으로 덮기 위해 유엔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초대형 국제기구인 유엔마저 넘을 수 있는 지도자로 김정은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핵무기를 유엔 비난의 앞줄에 내세운 이유도 비슷하다. 주민들에게 다양한 핵 공격수단을 지닌 국가라는 자긍심을 불어넣으면 자연스레 김정은의 리더십 강화로 이어진다고 계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자랑스럽게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사기극, 사진 조작'이라고 평가한 미국 측에 대한 '모욕감'도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의 또 다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공화국 최고 존엄'이 참관한 실험을 조작으로 평가하는 미국의 반응에 대한 대내외용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경고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을까. 소형화와 다종화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형화는 핵폭탄을 각종 탄도탄에 적재 가능한 수준으로 작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수년 전부터 이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전 배치하려면 최소한 4~5년,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처럼 곡사포로도 발사 가능한 정도에 도달하려면 10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냉전 시절 미국은 155㎜ 곡사포에서 핵폭탄을 발사하고 지프에 실리는 무반동총에서도 소형 핵폭탄을 날리는 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구소련은 자살용 핵폭탄을 개발하는 등 전술핵무기를 소형화했으나 미소 간 테탕트로 긴장완화 분위기 속에 지난 1970년대 중반 모두 폐기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이런 수준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다종화 역시 초기 단계다. 지상형 이동식과 고정식 발사대 기술은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다. 난이도가 높은 SLBM 사출에 최근 성공했지만 본격적인 SLBM 배치에는 5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탑재 플랫폼인 대형잠수함까지 구비하려면 시일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종합하면 북한은 설익은 기술을 특유의 벼랑 끝 전술, 협박 외교와 결합시켜 난국을 타개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어려울수록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경향이 짙다"며 "국내외 난국을 긴장을 통해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