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증 통과 우선'에 매달린 총리 인선은 아닌지

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에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내정했다. 헌정사상 첫 언론인 출신 후보자다. 청와대는 10일 인선발표를 통해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이라며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 등 국정과제를 제대로 추진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안대희 전 후보자의 중도하차 이후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벽이 높아진 데 따라 고민 끝에 내놓은 인사안이라지만 너무나도 기대 밖이라는 느낌을 준다.


우선 이번 인선에 대해 "누구야"라는 목소리가 많다. 그만큼 문 후보자가 총리직 수행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신임 총리는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사고의 수습과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할 국가개조를 책임져야 한다. 청와대의 설명과 그의 경력만으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문창극(66) 후보자는 나이와 경력·참신성 등에서조차 낙마한 안대희(59) 후보에 비해 더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평생 언론인 외길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17부3처17청의 방대한 정부조직을 이끌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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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본질은 비판과 견제다. 이는 정부부처를 통괄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총리의 역할과는 차원이 다르다. 혼용될 성질의 것도 아니고 자칫 윤리적인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물망에 오른 많은 후보가 개인과 가족 사정 등으로 후보직을 고사하는 등 청와대가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음은 이해한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문 후보자에 대해 오로지 "화합형 총리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수준의 논평으로 그쳤겠는가.

문 후보자는 충북 출신으로 그나마 현 정부의 주요 인사가 특정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인 적용이 아닌가 싶다. 문 후보자가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언론검증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방안일 수 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국정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총리 인선을 서두르라는 국민 여론이 있었다. 그렇다고 검증통과 우선에 급급한 인선을 마냥 수용하기는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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