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컬럼] 부가가치의 合이 국민소득

서태식<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송현컬럼] 부가가치의 合이 국민소득 서태식 노무현 대통령이 3년 이내에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IMF 구제금융 도움을 받은 우리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는 말씀이다. 국민소득은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커지는 것이 아니며 대통령이나 다른 사람이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생산한 것을 합친 게 국민소득이 된다. 국민 각자가 지금 얼마를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이 생산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좀더 세밀히 말하자면 국민 개개인과 기업이 생산한 수많은 부가가치(value added)의 조각들을 합친 것이 국민소득이다. 경제가 고도화돼 분업이 발달할수록 각자는 생산 사이클의 아주 작은 한 부분씩을 맡아 경제가치를 더해가며 생산활동에 참여한다. 엄청나게 많은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부가가치의 공급사슬(supply chain)들이 자기조직해가면서 엮어지는 것이 오늘날의 경제계다. ‘복잡계의 경제’라고도 한다. 정부나 다른 힘있는 자가 끼어들어 지도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뒷다리 잡거나 파괴하기에는 간단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쌀 미(米)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十八이 되는데 이는 밥상에 쌀 한톨 올리는 데 88번 손이 가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농사를 지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손이 많이 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모든 생산품이 다 그렇다. 우리 주변의 물건이 다 수백 수천 번의 손이 가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렇게 해서 나온 최종 생산품을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우리 손에 들어온 것들이다. 그리고 그 많은 손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경제가치가 보태어진 것들이다. 최종으로 소비하고 있는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다른 사람을 위해 경제가치를 잘 보태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엄청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세계정세도 많이 바뀌어 전세계가 하나의 단일시장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때를 한번만 잘 잡으면 우리도 경제 선진국이 될 것 같은데. ‘경제(돈)가 다가 아니다’고는 하지만 ‘거의 다에 가깝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소련이 왜 멸망했으며 북한은 왜 전세계로부터 외면당하는가. 분쟁이 있고 대립ㆍ반목하는 곳에서는 부가가치가 생기기 어렵다. 권모술수적인 권력게임과 선거기술로는 파괴는 있을지언정 생산은 없다. 2만달러가 아니라 3만달러가 된들 뭘해, 과거사 청산이 안됐는데 하는 식으로는 부가가치 생산엔진의 시동이 오히려 꺼지고 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따지면 생산(성장)엔진이 헛바퀴 돌듯 한다. 정치인들끼리만 통하는 암호 같은 말들…. ‘이념, 개혁, 투쟁, 국민의 뜻’같이 그들만이 아는 가치보다는 보통 사람도 다 알 수 있는 ‘밥, 옷, 집, 냉장고, 일자리, 가정, 행복’ 같은 것들이 우리가 더 바라는 가치들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도 이런 것으로 이뤄진다. 부가가치는 소비자(국민) 입장에서 계산되는 것인데 생산자(공급자 또는 정치인) 입장에서 그것도 각자가 다른 척도로 계산해 개혁, 투쟁, 과거사 청산, 한풀이 같은 것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가 잘되자면 경제논리에 따라야 하는데 정치논리가 너무 강하게 살아 있는 것 같다. 하긴 경제를 중시하려고 해도 민주국가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국민의 경제 이해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면 나라의 리더로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에서는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하는 부문ㆍ제품ㆍ종사자 등을 잘 관리하는 한편 가치를 갉아먹는 자는 엄격히 정리한다. 그것이 기업이 살고 번영하는 길이다. 이치는 국가의 경우에도 비슷할 것이다. 온 국민이 열심히 쌓아가는 부가가치를 갉아먹는 요소를 찾아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정명훈씨가 곧 시립교향악단의 지휘를 맡게 된다고 한다. 그가 지휘하는 교향악단의 환상적인 선율을 기대해본다. 화음(chordㆍharmony)이냐 불협화음(dissonant tone)이냐 하는 것은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것이며 시대나 민족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는 하나 사람들은 듣기 싫은 소리가 무엇인지는 금방 안다. 혹시 부가가치를 열심히 생산하는 국민의 뒷다리를 잡는 자가 있다면 교향곡을 망치는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될 것이다. 교향악단 지휘자는 악보를 중심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는 연주자를 바로잡아주고 모두가 조화로운 음악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하도록 한다. 정명훈씨가 지휘할 시립교향악단처럼 온 국민이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악보 앞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 열심히 함께 일하는 기쁨을 가져봤으면 한다. 그러면 장차 국민소득 3만달러도 가능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5-03-0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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