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5개 주요통계 발표 시간을 주식시장이 열리고 있는 오후 1시30분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산업활동동향과 서비스업활동동향, 고용동향, 소비자전망조사, 소비자물가동향은 오전 7시30분에 공표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주요 통계가 장중 발표되면 장중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의 분석능력에 따른 득실이 지나치게 확대되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는 점등을 들어 통계청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통계청 "장중에 주요통계 발표"
통계청은 오전 일찍 대전청사에서 과천청사로 올라와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는데불편이 있고 발표시점을 늦추면 보도가 더 많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5대 통계발표시간을 오후 1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통계청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4월 산업활동동향'부터 발표시간을 조정할 계획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보도시간을 늦추면 보도가 더 많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오전 7시30분 자료배포와 함께 약식 브리핑을 하고 오전 10시에 다시 정식브리핑을 하는 체제도 직원들 입장에서는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이런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통계청은 2004년 2월에 통계내용의 사전누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보 비대칭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장중 발표를 오전 7시30분으로 바꿨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안 맞는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장중에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은 "미국 노동부와 상무부가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 물가 등 주요 지표는 동부 표준시간 기준으로 개장 전인 오전8시30분께 발표된다"면서 "이는 시장에 투명한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주요 경제지표가 장이 열리기 직전인 오전 8시50분께 발표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시장 참가자들에게 분석시간을 충분히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GDP, 경상수지 등 주요 통계를 장 개시 1시간 전인 오전 8시에 공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역시 국채발행 계획 등 시장에 영향을 주는 내용은 장 종료 후에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장중 발표는 위험하다" 시장 참가자들과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계획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국증권연구원의 한상범 연구위원은 "장중에 발표하면 시장에 변동성을 유발할수밖에 없다"며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통계라면 몰라도 시장에 불필요하게 쇼크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스는 아무리 통제를 해도 먼저 접하는 사람과 나중에 접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며 "장이 열리는 중에 발표하면 인위적으로 정보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위원도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에 통계가 발표되면 그 영향이 시가에 반영된 채 시장이 시작되겠지만, 장 중간에 놀라운 뉴스가 나오면 장중의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한은행 자금시장부 홍승모 과장은 "장중에 환율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채권운용팀 허관 차장은 "장중에 발표되면 변동성이 확대되면서수익을 크게 올리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상당수 참가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장중에 통계지표를 발표할 때 시장에서는 통계에 대한 각종 루머및 추측이 난무했다"면서 "장 시작 전으로 공표시간을 변경한 것은 이런 문제점을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왜 다시 오후로 바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