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기간에 감사를 받은 기관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26일 확인돼 이번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5~6명이 전날 대전의 과학기술부ㆍ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에 대한 국감을 마치고 한정식집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저녁자리에 참석한 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인 임인배 과기정통위원장과 김태환 의원, 국민중심당의 류근찬 의원 등 3명은 저녁식사가 끝난 뒤 단란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피감기관장들과 술을 함께 마셨다. 이날 저녁식사와 단란주점 비용 총 780여만원은 모두 피감기관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같은 향응접대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향응 연루의원이 없는 정당들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형사처벌’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소속의원이 술자리까지 갔던 정당은 최대한 몸을 낮추거나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향응을 받은 의원들이 대부분 당 소속 의원으로 밝혀져 이번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대세론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국감기간 중에 참으로 개탄스럽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당에서 윤리위를 소집해 철저히 조사한 뒤 연루된 당 소속 국회의원이 있다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를 지적하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신당은 이번 사건이 이명박 후보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효석 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의원들이 있느냐”며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신당 의원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말하고 “국민이 잘 심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배 위원장은 이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국감 기간 중 이유를 불문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국민께 사과 드린다”면서 “만찬은 공식 행사고, 이후는 위원회 차원의 일이 아닌데 위원회 전체를 매도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위원회 차원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