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물거래소 통합 이르다

최근 정부가 증권거래소ㆍ선물거래소ㆍ코스닥시장을 단일거래소 형태로 통합하는 증권ㆍ선물시장 운영체제 개편 기본방안을 확정ㆍ발표한 것은 시장의 효율성 문제는 둘째 치고 지난 3월27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3개 시장을 지주회사방식으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정책을 불과 2달도 되지 않아 뒤집는 것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먹칠한 셈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해당사자간의 틈바구니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증권거래소가 선호하는 통합거래소 안을 다시 내놓으면서 한편으로는 통합에 거세게 반발해온 부산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통합거래소의 본사를 부산에 두겠다는 발상은 일반 투자자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상장주식선물(KOSPI200선물)의 법정이관 시기가 바로 눈앞에 닥친 시점에서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이해되지 않으려니와 3개 시장통합으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지방분권화와 지역경제활성화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자율적인 경쟁력이 위축되고 독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며, 과연 양 시장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흔히 거래소통합에 대한 주장으로는 세계적인 현ㆍ선물 통합추세, 비용절감 및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현ㆍ선물 통합추세를 살펴보면 유럽의 경우 현물은 현물시장끼리 선물은 선물시장끼리 통합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주회사 방식의 양 시장 통합은 있으나 증권시장과 선물시장의 완전통합을 추진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 미국의 경우에도 증권시장 간에 통합논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간의 합병에 관련된 사례는 없다. 다만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소규모 또는 신흥시장의 경우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 경쟁력 제고나 거래비용 절감, 투자자 편의증대라는 통합효과는 아직까지 검증된바 없다. 그 동안 학계나 정부에서 통합사례로 많이 인용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에도 통합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규모도 작아 우리나라와 유사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용절감 및 운영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현물과 선물에는 제도와 시스템이 상이해 전산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결국 업무지원 부서의 인건비 정도의 절감만이 기대된다. 이러한 비용절감이 거래소의 통합성과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자칫 옥상옥이 되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해하고 점차적인 조직 비대화로 인해 비용절감보다는 오히려 비용의 증대를 가져오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금융기관 통합의 실패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양 거래소 통합방안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KOSPI200선물을 선물거래소로 이관해 줄 수 없다는 증권거래소의 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어떤 형태로 통합할 것인가 하는 통합방안을 논의하기보다는 선물상품을 다양화하고 규모를 키워 부산의 한국선물거래소를 하루빨리 종합파생상품거래소로 자리잡게 해 선물시장이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 이후에 여건변화를 감안하여 국제적으로 우위를 갖춘 세계적인 선물시장이 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위험관리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고 신용사회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현물과 선물간에 방화벽(fire-wall)을 더욱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일수록 현ㆍ선물간에 철저한 방화벽을 유지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조진형(세종대학교 대학원장)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