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장이상 관리직 “좌불안석”(감원 회오리)

◎권고사직·협력사이동·전환배치 등 예사/명퇴조건도 악화… 12∼18개월급여 고작「급여불문, 보직불문」. 요즘 기업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급여나 보직에 상관없이 일만 할 수 있으면 좋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 고용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불안을 잘 담고 있다. 가장 불안한 자리는 관리직, 대상은 과장이상 간부들이다.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리」는 크게 축소되고 있다. 「업종불문, 업체불문」. 감원대상에 자동차, 가전, 기계등 업종별로 별 차이가 없으며,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쌍룡양회 등 최고의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이 됐던 유력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간부사원들에 대한 감원은 조직축소를 통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쌍용양회는 최근 임원급이 맡아온 7본부와 부장급 보직인 35팀·7부를 없앴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번 개편에서 32개 정도의 부장급 자리가 사라졌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달과 내년 인사에서 대규모 감원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 회사는 지난 5월 2백70여명의 조기퇴직자를 포함해 20%의 직원을 줄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 임원자리인 7개본부를 없애면서 40명 가까운 임원을 줄였고, 간부자리인 10실·64팀을 없앴다. 이 개편만으로도 수백명이 자리를 옮기게 된다. 여기에 회사측은 권고사직과 중소협력업체 이동, 전환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은 오늘 내일하는 후속인사를 앞두고 거의 일손을 놓은채 불안해하고 있다. 다른 업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우자동차는 올해말까지 관리직의 20%를 줄이기로 하고, 영업분야의 전진배치를 추진중이다. 지난 4월 자구차원에서 대리∼부장을 대상으로 3백여명의 명퇴를 실시한 쌍용자동차도 올해말 추가로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추가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부도유예에 따라 기아와 아시아에서 자의타의로 회사를 떠난 사람은 6천8백여명에 달하고 있다. 업계는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내수정체, 불황장기화에 따라 이같은 감원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밝히고 있다.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감원과 보직이동도 올해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 전자업체들은 이런 양상의 전형이다. 삼성, LG, 현대 등 주요 전자업체들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계사업 정리를 추진, 대규모 인력재배치를 추진중이다. LG는 VCR 공장의 중국이전과 오디오공장의 평택이전으로 3백여명을 재배치중이다. LG는 내년중 구조조정으로 1천명의 재배치를 검토중이다. 삼성도 최근 VCR 2개 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옮기고, 소형 가전제품등 한계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대규모 인력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조직축소, 구조조정 과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사람은 올들어 9월까지 1만명을 넘고 있다. 명예퇴직의 조건도 약화됐다. 최근 주요기업들이 내놓는 조건은 1년∼1년6개월치 급여의 일괄지급이다. 대상자들은 『이는 사실상의 정리해고 수준이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전환배치라곤 하지만 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리직이 영업에 배치될 경우 대부분 판매관리를 담당하지만 거의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며 『전환배치도 사실상의 감원이다』고 밝히고 있다. 전경련조사에 따르면 30대그룹의 38%가 인력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말부터 내년초 관리직의 대량이동이 감원으로 이어지면서 고용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박원배·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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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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