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 국가들 일 흉내내다 “위기”/거품경제 걷히자 부실은행 속출

◎제때 대응도 못해/한국·태·인니 등 값비싼 대가경제대국 일본이 금융위기에 빠지자 「일본을 배워서는 안된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지난달 홋카이도 타쿠쇼쿠(북해도척식)은행, 야마이치(산일)증권 등이 잇달아 폐업한후 부실채권이 많은 일 금융기관들은 도산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 금융지원을 기대했던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등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이들은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자국내 투자했던 막대한 자금을 오히려 회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최근호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택한 일본식 금융시스템이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더이상 자국의 금융위기해결에 대해 뾰족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다. 일본은 경제를 투명화, 효율화하는데 필요한 금융개혁(빅뱅)의 속도와 범위를 과소평가함으로써 금융위기예방에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서방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후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과감한 정리를 망설인 것도 큰 실수중 하나로 지적된다. 사실 일본 금융기관의 몰락은 예견됐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90년 거품경제붕괴로 일본 은행들은 70조엔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다. 2천3백50억엔의 부외부채를 안고있던 야마이치(산일)증권의 폐업은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회복을 위해 수년간 60조엔을 투입하는 바람에 오히려 금융기관의 자연퇴출을 지연시켰다.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겨우 95년이 되어서야 금융개혁 작업에 착수, 올해초 외환거래자유화, 증권의 은행업무 겸업, 지주회사등 금융빅뱅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이같은 일본의 모습이 지난 94년말 외환위기를 맞았던 멕시코가 금융기관에 대한 과감한 부실정리에 들어간 것과는 극히 대비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멕시코는 페소화의 폭락으로 인한 문제를 금융기관이 자체 해결하도록 했다. 금융위기동안 멕시코 정부의 조언자였던 JP모건 멕시코지사의 에두아르도 세페다 회장은 『멕시코 국민들은 금융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경제를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일본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을 비롯, 비효율적인 산업을 정리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은 기업도산에 따른 실업 확대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일본 사회는 위기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실업이라는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UBS증권 동경지점의 닐 로저스 분석가는 『규제해제에 따라 실직되는 많은 종업원들이 보다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흡수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농업, 건설업 등 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현재 빅뱅을 앞두고 있는 일본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지불준비금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억제하는 바람에 금융경색이 발생, 위기가 전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문주용 기자>

관련기사



문주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