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진출 해외 기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세제 당국과의 '세금 전쟁'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승리하고 있다. '친기업'을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체제가 들어선 후 확연해진 변화다. 글로벌 기업들을 향한 우호적 환경조성이 대인도 해외투자 확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은 유럽 최대 에너지 회사 로열더치셸이 인도 세제당국과 벌여온 소송에서 로열더치셸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2008~2009년 인도 법인 주식을 헐값으로 네덜란드 법인에 넘겨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로열더치셸에 30억달러(약 3조3,170억원)의 세금을 물렸고 지난해 2월부터 이와 관련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FT는 이번 결과를 두고 "외국인의 인도 투자에 장애물로 여겨져온 세제당국과의 싸움에서 다국적기업이 승소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앞서 영국 통신사 보다폰도 10월 셸과 유사한 주식 '이전가격(transfer-pricing)' 문제와 관련해 승소하는 등 인도 정부와의 세금분쟁과 관련해 과거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해외 기업들의 승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에 인도 세제당국과의 분쟁은 악몽처럼 인식돼왔다. 인도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주요한 수단이자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다국적기업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실제 보다폰은 앞선 승소사례 외에도 2007년 인도 통신회사 지분 인수와 관련해 7년째 소송 및 정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키아와 IBM 등도 인도 정부와 세금 관련 분쟁을 벌이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전가격' 문제로 인도 세제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다국적기업은 HSBC·AT&T 등 최소 24곳에 달한다.
5월 취임한 모디 총리 및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은 전임 국민회의당(INC) 시절에 만연했던 이 같은 글로벌 기업 옥죄기를 '세금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하면서 "외국자본 유치 확대를 위해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선거기간에 약속한 바 있다. 최근 인도 법원이 글로벌 기업들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도 세무컨설팅 회사인 드루바텍스어드바이저의 디네슈 카나바르 최고경영자(CEO)는 "셸의 승소는 유사한 분쟁을 겪는 다른 기업들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도에 대한 해외의 평판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주저하게 했던 장애물 하나가 걷힐 조짐을 보이면서 인도에 대한 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더욱 늘어날지도 관심이다. 실제 셸은 인도의 휘발유 사업 분야 확대 및 새로운 가스 인프라 개발 여부를 이번 재판 결과 발표 뒤로 미뤄왔다며 이날의 승소가 셸의 인도 투자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로열더치셸을 성명을 통해 "법원의 오늘 결정은 국가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인도 정부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