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일이 차츰 다가오고 있으니 그중 누구에서 내 한표를 찍어 주어야 할지 미리미리 생각해 두지 않을 수 없게됐다. 그러나 내 스스로 아직도 지지 혹은 반대의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하긴, 친절하게도 이런 사람은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시만단체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되는 사람의 이름을 낱낱이 거명해주고 있다. 돼서는 안되는 구체적인 결격요건까지도 적시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민단체의 조언이라 할지라도 남인 것은 틀림없으며 정견 없이 남의 말대로 한표를 찍자니 찜찜하다. 또 이들의 조언을 참고로 삼는다해도 결격요건에 따라 소거(消去)되고 남는 후보는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알수없는 신인 뿐임으로 이들 중에서 고르기가 역시 어렵다.
과거경력을 참고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공무원경험자가 훌륭한 정치역량을 발휘한 예는 매우 희귀하며 경제계 출신 국회의원은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도 못했다. 낯 익은 방송관계자나 탤런트들도 TV화면에서 발휘한 재치와 친화력을 생소한 정치무대에서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공약을 선별의 기준으로 삼으면 어떨까? 그러나 좋은 말은 다 집합시킨 것이정치가의 공약이며 이행여부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공약도 한표를 찍는 선별기준은 되지 못한다.
개별적인 선별은 이렇게 그 기준이 모호함으로 아예 소속 정당을 기준 삼는 방법도 있기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정당은 개개 정치가의 이합집산의 산물일 뿐 같은 정치이념 아래 결집된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생산성개념 비슷한 것을 도입하여 국회의원의 근무평정표를 작성한 것도 있다. 출석일 발언회수 등 이른바 의정활동의 등급을 매긴 것인데 생산직 근로자가 아닌 바에야 이런 것이 국회의원의 자격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더 원초적으로 말한다면 정치개혁 혹은 부패선거의 추방 등도 거론될 수 있는데 이런 것은 최대한 선의로 받아들인다 해도 필요조건이지 정치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정치가가 할 일, 국회의원이 할 일에 대한 적극적인 정의가 필요하나 개혁이란 말로 뭉뚱그려지고 있을 뿐 그 의미내용은 아직도 불분명하다.
이렇듯 유권자가 기준없이 부동(浮動)하고 있으니 그 비위를 맞추는 입후보자의 노심초사도 일면 동정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