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조달 비용 크게 준다

무디스도 기업신용 국가와 별도 책정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앞으로 국가신용등급에 관계없이 기업 신용등급을 매길 방침이라고 블룸버그통신등 외신들이 8일 보도했다. 무디스는 이 같은 방침 변경에 따라 조만간 브라질의 16개사를 포함, 모두 38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이미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한데 이어 무디스까지 평가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 국가보다 기업 신용평가를 우선케 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앞으로 신흥시장 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보다 기업에 초점=국가의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책정하는 것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S&P는 무디스보다 2개월 앞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해 아르헨티나ㆍ파나마ㆍ우루과이 등 미달러가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국가들의 기업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일례로 멕시코의 파나메리칸 베버리지사는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인 BBB-의 신용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멕시코의 국가 신용등급인 BB+보다 한단계 높은 것이다.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 역시 지난 1997년부터 기업이 소속 국가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동안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업이 국가의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지 못하도록 해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이 드물었다. 이는 우량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채권 발행 등 대외 채무에 있어서는 국가의 외환결제 능력 등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정 국가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더라도 모든 기업들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해외자산도 늘어나는 등 상황이 변하면서 국가의 신용보다는 기업의 신용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흥시장 기업의 채권 발행 큰 폭 늘 듯=소속 국가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확대는 곧바로 신흥시장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멕시코 등은 물론 칠레ㆍ에스토니아ㆍ홍콩ㆍ인도ㆍ라트비아ㆍ레바논ㆍ말레이시아ㆍ남아프라카 공화국ㆍ터키ㆍ베네수엘라 등의 기업들도 속속 채권 발행 대열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마디로 채권 발행의 빅 랠리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일부 투자자는 벌써부터 국가 신용등급보다 훨씬 높은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채권 거래를 하고 있는 상태다. 국제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신흥시장 기업중에서도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은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혜택을 더욱 쉽게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디스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신흥시장의 경제 성장으로 대출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상황도 전제돼 있어 한동안 기조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신흥시장 기업의 최근 평균 채권수익률은 11.95%로 지난 4월 23일의 12.68%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며 미국 재무성 채권과의 금리 차이도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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