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있는 집은 소비 줄이고, 없는 집은 적자 커지고…

■ 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br>상위 20% 소득증가에도 교양오락·의복비등 감소<br>고물가에 필수지출비 증가… 하위 30%는 절반이상이 적자


불경기와 고물가의 파고는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으로, 넉넉한 부자들의 지갑까지 닫아 놓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날로 가중되는 경제불안에 고소득층은 불필요한 지출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긴축할 여지가 없는 저소득층은 고물가 여파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적자가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벌이’는 그대로, 소비는 위축= 3분기 전국가구 실질소득이 1년 전과 같은 수준인 311만8,400원에 머문 가운데, 특히 경기악화의 여파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둔화가 두드려졌다. 3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5.2%로 지난 1분기 7.2%, 2분기 6.1%에서 꾸준히 낮아지고 있으며, 사업소득도 1, 2분기 각각 1.7%를 기록하다가 3분기에는 1.1%로 증가율이 낮아졌다. 실질 소득이 답보한 반면, 실질 지출은 –2.4%라는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소비를 견인한 것은 필수품인 식료품(5.3%)과 교육비(6.7%)다. 소득탄력성이 높은 교양오락비(-7.3%)나 의류신발비(-1.5%), 통신비(-1.8%)에서는 씀씀이가 줄어들고 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359만5,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했으며, 실질 소비지출은 224만4,000원으로 0.7% 감소했다. ◇최고 부자들 지갑 닫는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은 그나마 여력이 있는 부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722만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6.7%의 증가율을 보였음에도 불구, 소비지출은 368만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오히려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양오락비는 17.5%나 줄였으며, 가구가사, 의류신발, 교통통신비와 잡비 등에서도 긴축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40%의 소득계층도 소비지출은 3.0% 늘었지만 교양오락과 의류신발 부문의 소비는 각각 3.0% 5.7%씩 긴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식료품이나 광열수도, 주거비 등 필수지출을 하기도 빠듯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지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하위 20% 및 하위 20~40% 소득계층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각각 5.7%, 8.6%로 평균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최하위 소득계층은 불경기의 압박 속에 자녀 교육(-1.1%)과 보건의료비(-2.2%)에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ㆍ고물가에 적자가구 늘어= 위축되는 소비지출과 달리, 비소비지출은 3분기 전국 평균 50만4,000원에 달해 10.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이자지급과 교육비ㆍ생활비 송금 등 기타 비소비지출은 21만6,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7.2%나 증가했다. 고금리, 고환율로 인해 대출금리 상환과 해외 송금 부담이 등이 늘어난 탓이다. 사회보험료도 10.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296만1,000원으로 전년동기비 4.8% 증가에 그쳤고, 고물가 여파까지 겹쳐 소득보다 지출이 많아진 적자가구 비율은 29%로 전년동기비 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소득 하위 30%의 경우 적자 가구 비율이 50.7%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악화로 소비지출이 줄어든 탓에 전체 가구의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전년동기비 11.5% 늘어난 66만6,000원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77.5%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2분기째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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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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