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8일] 존 그론트


‘인구 100명 중 66세 이상은 1명, 사망자의 36%는 6세 이하 어린이….’ 1662년 런던에서 발간된 ‘사망자 표를 통한 자연적ㆍ정치적 관찰’이라는 책자의 일부다. 저자는 존 그론트(John Graunt). 통계학의 문을 연 사람이다. 집필 당시 42세였던 그론트는 단추나 바늘을 팔던 잡화상. 방물장수의 아들로 1620년 태어나 정규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나 독학으로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익혔다. 부지런하고 장사수완도 뛰어나 30대 초반 무렵에는 가게를 런던에서 가장 큰 잡화점으로 키웠다. 그론트의 공부시간은 새벽. 매장 문을 열기 전 틈틈이 책을 보며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학자들과 친분을 맺었다. 상인 그론트가 사망표를 연구하게 된 동기도 정치산술의 저자인 윌리엄 페티경 등 학자들의 권유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론트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런던시가 1602년부터 작성해온 출생과 사망에 대한 주간 기록표. 방대한 기록에서 표본을 골라내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오늘날 통계적 추론, 인구통계 방식과 거의 비슷하다. 선풍적 인기를 끌며 유럽 전역으로 퍼진 책자 덕에 명성을 얻은 그는 찰스 2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왕립학회 회원으로도 뽑혔다. 지역 민병대 장교로 선출되고 런던시 참사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징집가능 인구를 추산하고 통계적 추론 방식으로 런던시의 인구를 38만4,000여명이라고 산출한 것도 이 무렵이다. 학자로서 이름은 날렸지만 사업가로서 그론트는 좌절에 빠졌다. 1666년 일어난 런던 대화재로 점포가 모두 불탔기 때문이다. 실의에 빠져 병까지 얻은 그는 1674년 4월18일, 5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지만 이름만큼은 통계학의 개척자라는 불멸의 명예 속에서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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