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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상처 입은 아버지… 젊은 세대에 알려주고 싶었죠

신작 '소금'으로 돌아온 박범신

박범신

"젊은 세대들에게 그 아버지 세대가 치사함과 굴욕을 견디며 어떻게 현재의 사회를 이뤘는가 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직장 상사에게는 굽신거리면서 아버지에게는 마구 대드는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

소설가 박범신(67ㆍ사진)은 등단 40주년과 40번째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15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집필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간 우리는 아버지를 너무 부려 먹고 살았다. 소설 중간에 '빨대론' 부분에서 썼지만 마흔 가까이 된 자식들이 여전히 부모를 빨아 먹으면서 지낸다. 이 소설이 훌륭한 작품인지는 내가 판단할 몫이 아니지만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시원하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신작 '소금'은 현대사회의 경제논리에 상처 입은 아버지가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소설에서 결국 피가 섞인 자식들을 버리고 '가출'을 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과 다시 가정을 이루는 '아버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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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피가 섞인 자식들은 아버지의 고마움을 모르지만 데려다 키운 자식들은 그 반대다. 어쩌면 그게 공정한 거래가 아닌가. 아버지가 자본에 가족을 모두 빼앗겼지만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고 싶은 마음을 못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소설로 출간된 데 이어 영화화되며 크게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 '은교'에 이어 이번에도 시인이 주인공이다. "내가 하고 싶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결국 염부가 아닌 시인이 더 적절한 주인공이었다. 이번 소설을 원래 리얼리즘 형식으로 끌어가고 싶었지만 배경인 염전에서 봄여름을 보내지 않은 다음에야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는 그간의 고민을 극복할 만한 새로운 모색의 결실을 내놓겠다고 장담했다. "지난 2년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습니다. 내 장기가 비장한 (주제의) 소설인데 현실에서는 이미 폐기된 종류입니다. 다음 소설이 지난 2년간의 고민을 극복하는, 내 새로운 모색의 결과가 될 것입니다. 내 스타일을 잃지 않고 나잇값 하면서도 품격을 내려놓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가치가 가볍게 소비되는 시대, 비장함을 새로 벼린 무기로 내놓을 다음 소설이 자못 궁금해진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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