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국·중국 '통화전쟁' 점입가경

"달러 흔들기 度넘어" 강경대응 VS 무분별한 달러 발행에 강력 반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런던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슈퍼 파워 미국과 신흥 강국 중국의 세계 경제 패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미 국채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달러 흔들기에 나서 양국 간 통화전쟁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 미국 입장 중국의 노골적인 달러 흔들기에 미국은 24일(현지시간) 대통령과 경제 수뇌부가 총출동해 맞대응했다. 중국의 초 국가 통화(Super-Sovereign Currency) 창설 주장은 미국 패권을 흔드는 수위가 용인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세계 유일의 기축 통화인 달러 패권의 붕괴는 미국의 슈퍼 파워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음에는 달러 안정성을 문제 삼더니만 이제는 아예 달러 대체 기축통화 창설로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미국의 강경 기류는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ERAB) 의장의 중국 비판 발언에서 확인된다. 볼커 의장은 이날 "자신들이 필요해 미 국채를 사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한다"고 중국의 이율배반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이 달러와 국채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기축통화 창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매각은커녕 매입을 늘려왔다는 점에서 달러가 위험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논리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내세운 국제통화기금(IMF)의 SDR(Special Drawing Rightsㆍ특별인출권)는 기축통화로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미국 측 시각이다. 월가 이익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통화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이상론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플랭클린 하버드대 교수는 "SDR는 국제 통화시스템의 '에스페란도(Esperanto)'"라고 지적했다. 만국 공통어인 에스페란도가 전세계의 언어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점을 빗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통화를 주창하고 나선 것에는 중국의 패권 확대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다. 단기적으로는 G20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반응을 떠보고 회담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적인 공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달러 흔들기'가 러시아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점에 대해 내심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중국의 달러 대체 기축통화 창설 주장이 반미 성향이 높은 브라질과 달러 페그제를 채택한 중동 등 신흥개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 중국 입장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행장의 '새 기축통화 창설론'은 미국의 무분별한 달러 발행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담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달러발행 확대가 중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현실과 우려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 저우춘성(周春生) 창장(長江)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저우 행장의 발언은 미국의 대규모 국채매입 계획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자 이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중앙은행장의 입장에서 표현한 것"이라며 "미국이 무분별하게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신규 발행한 달러로 거액의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결국 (중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논문을 통해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쑨리젠(孫立堅) 푸단대학 경제학원 부원장도 "미국이 중국과의 아무런 사전 교감 없이 이렇게 대량으로 돈을 찍어낸다면 중국의 달러표시 자산가치는 감소하게 될 뿐 아니라 중국의 수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고 말했다. 저우 행장의 이번 발언이 G20 회담을 코앞에 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중국발언권 강화를 의식한 상당히 정치적인 제스처라는 해석도 있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학 교수는 "저우 행장이 G20 회담에 앞서 기축통화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은 미국 달러화 신규 발행을 통한 채권매입 계획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그의 주장은 오는 4월 초 G20 회담에서 격렬한 논쟁을 유발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경제질서의 건전한 발전을 이끄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오징싱(曹景行) 봉황위성TV 경제해설가 역시 "미국이 달러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실패한다면 국제사회가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라며 "일국의 화폐에 연동된 국제금융시스템을 개혁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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