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제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제학자들이 철학 가져야"

누스바움 시카고대 석좌 교수

전미경제학회 개막연설서 강조


"글로벌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제학자들이 철학(영혼)을 가져야 합니다."

2일(현지시간) 마르타 누스바움(사진) 시카고대 법학 및 윤리학 석좌교수는 2~5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재능과 사회 정의: 왜 경제학은 철학이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개막연설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제와 사회의 역사를 종합적 시각으로 보는 '사회경제학(Social Economy)'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동부 지역에 몰아닥친 폭설에 항공기가 대거 결항되면서 누스바움 교수의 연설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AEA는 지난 1885년 설립돼 경제학을 중심으로 미국 내 55개 사회과학 학회가 연합한 세계 최대의 경제학회로 발전했다. 올해도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1만2,000명의 경제학자가 참석할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하고 있다. 특히 벤 버냉키 의장, 재닛 옐런 차기 의장, 스탠리 피셔 부의장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핵심 인사들도 총출동할 예정이다.


누스바움 교수는 "지금은 경제학만 명예를 얻고 철학은 무시당하는 시대"라며 "정책 당국자들도 철학에 관심이 없다 보니 경제학자들도 철학을 공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철학을 무시한 결과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개별 경제나 복지 경제가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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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바움 교수는 대안으로 철학과 경제학의 융합을 제시했다. 과거 애덤 스미스, 칸트 등과 같이 경제학과 철학을 동시에 연구해야 경제가 올바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엔 주도로 80여개국의 학자들이 모여 합동연구를 시작하는 등 일부 성과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경제학자들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이슈에 대해 수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철학자들은 응용과학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학에 담아야 할 철학적 잣대로 정의와 복지 두 가지를 제시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정의와 관련해 기아와 빈곤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이론적으로 경제학의 지평을 넓혔다"고 소개한 뒤 "개별 국가가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도 정의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도 인간 행복의 다차원성을 인정하고 관련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경제학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성차별 △법률 기초 △법률 적용 △소득 불평등 극복과 사회 안정 △혁신 등 기업가정신 △기업과 금융의 윤리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올해 AEA는 세션과 패널 토론 등이 수백개에 달하지만 주로 2007~2009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원인과 향후 전망,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실업률 상승, 중산층 감소 등의 여파로 사회·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불평등 개선과 교육·건강 등 복지확충을 위한 경제학의 역할에도 관심에 집중됐다. 윤리학자인 누스바움 교수를 개막연설자로 배정한 것도 이 같은 작업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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