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통 검사의 '족집게 예언' 화제

'김재록 파문' 전방위 확산<br>이인규 서울지검 차장 '경영세습 5단계 가설' <br>이미 2년전에 내부교육용 자료로 작성 배포<br>현재론 글로비스 수사도 시나리오대로 진행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가 ‘김재록 게이트’의 한 축으로 대검 중수부 수사 선상에 오른 일련의 과정이 검찰 내 한 기업통 검사의 예상 시나리오대로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가 현대차그룹 수사가 그룹 후계구도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검찰이 내부적으로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미지수여서 수사의 향방이 주목된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지난 2004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내부 교육용으로 기업 수사 자료를 만들면서 대기업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을 제시했다. 이 차장검사는 2003년 서울지검 형사9부장으로 근무하면서 SK비자금 수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한 전력 등으로 인해 검찰 내 대표적인 기업 수사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왜 비상장 주식이 문제가 되는가’를 단초로 기업이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5단계’ 가설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시나리오 중 2, 3단계가 기업이 우량 비상장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줘 회사가치를 높이고, 이후 상장을 통해 생긴 차익으로 모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글로비스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2001년 2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00% 출자해 설립한 글로비스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매출액과 순이익이 출범 첫해 1,985억원, 65억원에서 지난해 1조5,408억원, 799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은 60%로, 지난해 말 이 회사가 상장된 직후 정 사장의 주식 평가액만 1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정 사장이 글로비스 지분의 일부를 팔아 기아차 지분을 추가매입하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구체적인 기업을 염두에 두고 내부 자료를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미 재벌 오너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던 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감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재의 1단계는 자금 사정이 괜찮은 계열사들이 재벌 2세 소유의 비상장 기업 주식을 고가에 매입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유사하다. 4, 5단계는 해외지사로 돈을 빼돌려 펀드를 조성한 뒤 외국인 자금인 것처럼 국내로 들여와 모기업 주식을 매집하고, 2세 소유 회사를 만든 뒤 모기업과 합병해 2세 지분을 대폭 높이는 시나리오다. 이 차장검사는 이 교재에서 “시나리오는 비상장 주식과 관련된 부당내부거래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평가할 객관적 기준이 없고 평가방법이 다양해 이를 활용할 경우 정상적 거래로 위장해 재산상 이익을 넘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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