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현장」 끝내며/“국경없는 무한경쟁 가속 글로벌 경영에 사활걸라”지난 96년 7월 10일 영국 다우닝가 수상 집무실. 메이저 영국수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LG그룹이 웨일스에 2002년까지 모두 26억달러를 투자해 종합가전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이 직접 외국기업의 투자계획을 발표, 주목을 끌기도 했던 이 투자계획은 유럽의 「일대사건」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외국기업의 유럽투자중 최대규모였기 때문이다. 대우는 그룹차원에서 「세계경영」을 주창하고 동유럽·서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결실을 거두고 있다. 삼성·현대·선경·쌍룡·기아·포철·한나등도 「경영과 기술의 세계화」「현지화」등의 기치아래 복합단지조성 등 해외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 5대그룹은 앞으로 10년간 6백억달러를 더 투자한다는 계획. 여기에 리비아대수로로 상징되는 동아를 비롯 포철·한나등도 경영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이 해외투자를 통해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계의 현지공장에서 확인한 답은 간단명료하다.
무한경쟁시대·국경없는 경쟁시대로 표현되는 21세기에 대응한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임금·지가·금리·물류비· 행정규제등 소위 「5고」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 갈수록 거세지는 선진국의 수입규제는 세계화를 대안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비용부담률은 일본의 2.85배, 대만의 2.59배나 달해 경쟁력 약화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7개국·16개 공단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광주 평동공단은 10위, 청주과학산업단지는 14위, 군장국가공단은 15위로 최하위수준에 머물고있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LG의 투자를 영국수상이 직접 발표할 정도로 각국 정부의 투자유치가 의욕적이다. 현지인력만 채용해주면 공장부지는 거의 공짜로 제공한다. 미국·유럽등 선진국들의 투자유치경쟁은 「30만평= 1달러」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탄생시키고 있다. 여기에 도로를 건설해주고, 저리의 자금까지 빌려 주기도 한다. 세금혜택은 파격적이다.
이같은 파격적인 지원과 완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기업들에게 ▲신시장개척 ▲기업활동무대의 세계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블록화되는 세계경제시장에 대한 대응등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가 되고있다.
이번 취재에서 확인된 해결과제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와 이에따른 투자마인드 위축이다. 또 실업증가와 고부가가치산업의 국내기반축소, 하청기업및 부품업체 육성에 대한 악영향, 조세수입감소등도 풀어야할 과제다. 해외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가전·반도체·자동차등 산업공동화에서 주타깃이 되고있는 분야의 경우 국내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투자규제를 공박하고 있다. 이런점에서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의 말은 주목할만하다.
『글로벌경영은 원자재등의 아웃소싱을 통한 국가간 분업체제의 재편이며, 오히려 경영자원의 공동사용 및 개발등을 통해 국내산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해외투자를 산업공동화측면보다는 국제분업체제 가속화와 산업구조의 고도화라는 측면에서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용택 기자>
◎10개월간 4대륙32국 “생생 취재”/지역선 아주 업종선 전자/국내기업 진출 가장활발
「세계화의 현장」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해외투자의 현장취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21세기 비전을 살펴보기 위해 이 시리즈를 시작한 것이 지난 96년 9월 1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지난 10개월동안 전세계 곳곳을 찾아 자랑스런 한국, 한국인, 한국기업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해 왔다. 1백6차례에 걸쳐 소개된 지구촌의 세계화현장은 곧 우리나라 해외투자의 생생한 기록이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소개된 세계화의 현장을 그룹별로 보면 제1부에서는 대우 18회, LG 17회, 현대 13회, 삼성 11회가 소개됐다. 2부에서는 쌍룡 9회, 한나·포철·기아 각 7회, 선경 6회, 삼탄 1회가 소개됐다.
취재진이 누빈 현장은 아시아 14개국을 비롯해 유럽 10개국, 아메리카 4개국 오세아니아 2개국, 아프리카 2개국 등 4개대륙 32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지역은 취재진의 발길이 안미친 곳이 없다.
지역별로 소개된 횟수는 아시아지역이 46곳으로 가장 많아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을 반영했다. 또 유럽이 23차례 소개됐고, 미주 17곳, 오세아니아 4곳, 아프리카 4곳이다.
본사 취재진이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모두 10차례씩이다. 그 다음이 베트남으로 8차례, 인도네시아(7회), 말레이시아(6회)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투자지역에 대한 특징은 대우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중심이며 LG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투자지역은 특정지역 중심보다 전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세계화의 현장을 업종별로 보면 전자산업이 23곳으로 나타나 전체의 25%를 차지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으로 19곳이다. 건설현장도 10곳이나 돼 국내 건설산업이 해외에서 거두는 성가를 뒷받침했다. 해외연구소(5곳), 중장비(4곳), 자원개발(4곳), 통신(3곳)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박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