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위안화 예금의 역설

돈 굴릴 곳 없고 대출 수익도 어렵고… 애태우는 시중銀

유치자금 아직은 中서 영업 못해… 기업들 안정적 달러화 결제 선호

홍보 자제에 상품 인기없자 안도… 시장 성장 기대로 발 못빼 한숨만


은행들이 내놓은 위안화 예금 상품이 시장에서 주목을 끌지 못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되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상품 출시라는 홍보 효과를 위해 예금 가입자들에게 3%가 넘는 고금리를 제공을 약속했지만 위안화를 마땅히 굴릴 곳이 없는 탓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위안화 예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위안화 예금으로 유치한 돈을 국내보다 금리가 최소 3%포인트 이상 높은 중국 시장에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금융 부문의 실무협상 타결 때, 중국 내 지점을 활용한 위안화 영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논의 중이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위안화 대출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올 3·4분기 대중국 수출 결제대금에서 위안화 비중은 1.7%인 6억160만달러에 불과하다. 대중 수출 기업들이 여전히 조달이 쉽고 안정적인 달러화 결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이 최근 잇따라 내놓은 위안화 대출 상품은 대출 건수가 없거나 한두 건 정도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금액이 클 경우 4% 초반에도 위안화 대출을 해줄 수 있다지만 위안화 예금 금리가 3%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역마진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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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이전부터 위안화 운용창구로 활용하던 역외 위안화 채권인 딤섬본드 또한 예전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후강퉁 시장 개설 이후 홍콩 내 채권 가격 하락과 위안화 가치 절하로 인한 투자유인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은행 중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만이 중국 교통은행을 활용, 위안화 청산업무를 처리하는 현실 또한 이런 사정이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위안화 예금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은행들이 한 달 전부터 내놓은 위안화 예금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우리은행이 1,171만위안(약 20억6,500만원), 외환은행이 2,281만위안, 신한은행이 2,993만위안, 국민은행이 124만위안 수준이다. 이들 상품 대부분이 특판으로 출시돼 한도가 1억~4억위안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예금액이 한도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위안화 관련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발을 뺄 수도 없다. 위안화 시장 대비를 위해 외환담당·자금담당·투자은행(IB)담당 임원들이 주축이 돼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은행이 있을 정도로 시장개척에 적극적이다. 또 은행들은 7월 한중 정상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합의한 만큼 중국 당국에서도 조금씩 자금 시장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이 최근 '중국 은행 간 채권시장(CIBM)' 투자 승인을 획득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 또한 중국 당국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자는 "국내에서 유치한 위안화 예금을 중국본토에서 바로 활용할 경우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시장조정자로 참여하는 것 또한 중국 금융시장 개방시 금융당국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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