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미·중·일車 "가속" 현대차 '3면초가'

부시, '폐차' 직전 GM·포드 살리기 팔걷고 나서<br>도요타·혼다·닛산도 美 현지화전략 발판 승승장구<br>현대·기아차 총수부재·경영실적 악화로 추락 거듭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국산 자동차 경쟁력을 보강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인데 우리는 눈만 멀뚱거리며 미국ㆍ일본ㆍ중국의 속력행보를 바라봐야 한다.”(현대차그룹의 한 고위관계자) 28일 주요 외신(뉴욕타임스ㆍ블룸버그통신)들을 통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만한 경영으로 ‘폐차’ 직전에 몰린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되살리기 위해 직접 나서서 지원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 임직원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기회가 한발씩 멀어진다는 초조감도 짙게 배어나왔으며 상대적으로 홀대당한다는 자괴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날은 또 월스트리트저널이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 현지화 전략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마저 전해 현대차 관계자들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부시, GM 등 ‘빅3’ 살리기 나서=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은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다음달 중순께 부시 대통령이 GM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릭 왜고너,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톰 라소다 사장 등을 만나 미국 자동차산업의 회생을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만남에서 파산 일보직전에 놓인 ‘빅3’를 되살리기 위한 획기적이고 다양한 ‘처방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 회견에서 “자동차업계가 제품혁신 등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빅3에 대한 지원가능성을 일축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갑자기 방향을 전환한 것은 미국의 전략산업인 자동차업계가 무너질 경우 경제 전체에 큰 주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 펀드매니저는 이날 배포한 5월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미국과 GM이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면서 “이 둘을 회생시키려면 극약 처방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등 ‘J3’도 승승장구=일본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J3’로 꼽히는 도요타와 혼다ㆍ닛산 역시 미국 현지화 전략을 발판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도요타가 다음달 미국 내 판매를 목적으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캠리를 선보일 계획이며 혼다와 닛산도 픽업트럭인 리지라인과 SUV인 알마다 미국용 모델 개발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일본 업체의 성공비결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요타는 예전에 일본인에게만 맡기던 공장건설 책임자를 미국인 임원에게 넘겼으며 48명으로 구성된 중역회의에도 2명의 미국인을 참여시키고 있다. 닛산도 제품기획과 글로벌 마케팅과 같은 요직에 미국인을 임명했으며 캘리포니아주에 몰려 있는 일본 디자인센터의 핵심인력도 미국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요타가 고급 브랜드로 개발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렉서스 시리즈를 일본에 역수출한 데 이어 혼다도 아큐라TL을 조만간 일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면서 일본 기업이 미국 내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미국적인 것이 세계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칼’에 숨죽인 현대차=이처럼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본격적으로 회생을 모색하거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주요 국내외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 실적이 급속히 나빠지는 등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는 4월이 전통적으로 계절적 호황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까지의 국내 판매대수가 3만1,831대로 전월(3만3341대)에 비해 오히려 4.5% 줄었다. 아울러 같은 기간 ▦미국(1만9,242대, 9.1% 감소)과 ▦유럽(1만5,344대, 17.1% 감소) ▦중국(1만9,931대, 0.9% 감소)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는 검찰 수사 및 총수 공백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확산되면서 판매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매부진은 경영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기아차는 ‘비상경영’ 속에서도 환율하락과 고유가 등 각종 악재와 악화된 분위기 탓에 1ㆍ4분기 영업이익이 40.5%나 급감했고 현대차는 아예 실적발표를 무기 연기했다. 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는 미국과 일본처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거나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는커녕 경영공백 및 전략적 의사결정 지연,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영업력 상실 등으로 성장동력의 심각한 훼손마저 우려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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