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더블딥 오나]<上>흔들리는 뉴욕금융시장
소비둔화… 투자부진… 회계부정 대공황이후 최대위기
미국 경제가 다시 꺾이고 있다. 소비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기업의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뉴욕 증시도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일부 지수는 이미 지난해 9ㆍ11 테러 직후의 저점 이하로 떨어졌다. 그동안 민간에서만 이론상 논의되던 이중침체(더블딥) 경고는 공공기관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 불안감 높아가는 월가
경제여건과 금융시장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경영진과 월가 금융인들의 조직적인 범죄가 연일 터지면서 뉴욕 금융시장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의 위기를 맞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태는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의 이라크 선제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추가 테러에 대한 경고가 월가를 항시 긴장 체제로 몰아넣고 있다.
우량기술주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 100 지수는 이미 테러후의 저점 아래로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20일 1,464.75 포인트에 마감, 테러후 저점(1,423)에 근접했다.
블루칩 500개 지수인 S&P 500 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1,000 포인트에 턱걸이하고 있으며, 민간연구기관인 ISI 그룹의 에드 하이만 소장은 "이 지수가 1,000 이하로 떨어지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P 500 지수는 올들어 12.5% 하락, 상반기 낙폭으로는 지난 73년 이래 가장 큰 폭을 기록하고 있다.
뉴욕 증시 하락은 소비 위축을 유발하고, 기업 자금조달을 어렵게 해 투자 회복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올들어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149억 달러로 전년동기보다 30% 감소했다.
미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1유로당 96센트대로 떨어졌으며, 하반기중에 1달러=1유로의 등가가 실현된후 연말에는 유로가 달러보다 비싼 가격에 형성될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 달러는 엔화에 대해 1달러당 123엔대로 가라앉고 있다. 달러는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3%로 증가, 위험수위(5%)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에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연초 미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자금 규모가 전년에 비해 10분의1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 경기 '이중 침체' 주장 확산
더블딥 이론의 주창자인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자동차ㆍ가전제품등 내구재의 소비가 앞당겨 이뤄졌고, 상품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가 하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을 40%로 보았다.
최근엔 ISI 그룹의 하이만 소장이 더블딥 이론에 합류했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도 미국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경고, 이중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완만한 회복을 주장하고 있지만,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소비가 둔화될 경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을 경고, 더블딥 이론에 한쪽 발을 걸쳐놓고 있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도 더블딥 가능성을 우려, 자금을 헤지하고 있다. 자산운용회사인 브리지워터의 매니저 그레그 젠슨은 더블딥 가능성을 40%로 보았고, 디스커버리 캐피털의 데이비드 전은 50%의 확률을 제시했다.
최근의 거시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또다시 꺾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6월 소비지신뢰지수는 90.8로 5월의 96.9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거스키는 내구재의 핵심인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