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대한민국 국민은 '核박사'?

요즘 인터넷 서핑을 통해 핵(核) 관련 용어를 찾아보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 뒤 집이나 직장에서 핵관련 상식을 모르면 대접받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직장 회식이나 단체 모임 자리에는 어김없이 북핵이 주 메뉴로 등장하다 보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핵전문 용어에 대해 짧은 지식이라도 없으면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집에서는 핵공학이 가장의 권위를 지키는 데 필수 과목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최근 만난 기자의 친구들도 핵공학이나 지질학 박사가 다 된 듯했다. 모두들 핵폭탄 제조법부터 방사능 유출 등에 이르기까지 제 나름의 박학다식을 자랑했다. ‘줄기세포 박사’를 양산했던 6개월 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물론 사안의 중대성과 위기감이 ‘황우석 사태’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지만 국민들의 지식탐구(?)와 논쟁의 열기는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1년이 채 안 된 사이에 희대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전문가로 거듭난 경우는 우리나라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 듯싶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게 힘들다는 하소연으로 읽힌다.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다 보면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니 오히려 행복한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위안의 성격이 강하기는 하지만 한국에 살기 어렵다는 자조감이 배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북한 핵실험 발표 이후 박사급(?) 국민들이 대량으로 탄생한 까닭인지 핵실험 원인을 두고 ‘햇볕정책 탓이다, 미국의 강경책 때문이다’라는 갑론을박이 정치권ㆍ사회단체 등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각자 주장에 일리가 있고 다들 대한민국을 걱정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일이 있다.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란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정파나 세력간 이전투구를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대한민국, 아니 한반도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중대 기로다. 논쟁을 잠시 접고 국익이 진정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라고 본다. 물론 해법의 핵심은 먹고살 걱정 하기도 벅찬데 핵 관련 상식까지도 챙겨야 하는 직장인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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