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시대」와 우리의 대응방안­긴급정담

◎“인플레율 5%, 엄청난 긴축 견뎌내야”/김중수­18∼20% 고금리는 한시적/조건 이행따라 기간단축/물가·금리도 안정 찾을것/이한구­IMF지원 550억달러/내년 3분기면 바닥/기업·금융기관도 대비를/사공 수영­국민들 정부 불신 큰문제/예금자 보호대책 등/불안심리 진정시켜야□참석자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사회 김중수 조세연구원 원장 사공 수영 금호케미칼 사장 서울경제신문은 4일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국내 경제전문가들을 초청, 「IMF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의 사회로 김중수 조세연구원장과 사공수영 금호케미칼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본격적인 IMF시대가 열리게 됐습니다. 우선 IMF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가 이행해야 할 조건들을 정리해 주십시오. ▲김중수 조세연구원장=경제성장률 3%, 물가상승률 5%,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이내로 억제하는 것이 핵심사항입니다. 두번째는 부실금융기관과 기업의 지배구조문제를 포함, 금융 및 기업구조개혁을 들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 부실 정리에 있어 재정의 역할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소장=대우연 분석으로는 IMF측이 제시하는 성장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권고치간에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내년의 물가상승압력을 감안할 때 인플레율은 적어도 6%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5% 달성이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김원장=우리 경제는 수출만 가지고도 3%의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IMF 권고안에 맞추려면 내수는 성장을 멈추거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야 합니다. 인플레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자율을 높이고 통화를 대폭 긴축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 경제여건하에서 인플레율 5%를 달성하려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긴축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이소장=거시경제지표중 IMF측이 가장 중시할 사항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원장=경상적자입니다. 과거와 달리 개방경제체제에선 국제수지 균형에 정책목표를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소장=이같은 거시경제운영은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텐데요. ▲사공수영금호케미칼 사장=일단 IMF와의 협상 타결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기업 부도사태로 자금회전이 막힌 종금사들이 기업 자금 회수에 나섬으로써 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기업들의 단기금융 의존도가 높아 한꺼번에 자금수요가 몰린데서 이번 금융위기가 야기된 것으로 봅니다. 이번 위기의 고비는 내년 1·4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들은 자금조달과 금리·환율상승에 따른 코스트 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소장=국내 보도에 따르면 IMF측은 한국 금리수준이 18∼20%까지 오르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원장=금리가 그정도 수준까지 오를 것을 감안하고 투자 수요나 기타 운용방향을 잡으라는 뜻이지, 수치를 지정한 것은 아닙니다. 18%라는 수치는 인플레를 잡기 위한 하나의 타깃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사공사장=18∼20%의 고금리를 감당하면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기업이 국내에 얼마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코스트 상승압력을 받게 돼 국제경쟁력을 크게 상실할 것입니다. ▲김원장=그같은 고금리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입니다. 고금리상태를 유지하는 기간은 조건 이행결과에 따라 단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봅니다. ▲이소장=강한 인플레 압력을 수요측에서 억누른다는 논리인데, 결국 앞으로 몇개의 기업들이 추가로 무너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이 이른 시간에 집중된다면 금리 인하는 몇달안에 가능할 것입니다. IMF의 고금리 요구가 외국인이 금리차익을 얻도록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고금리가 해외자금을 끌어들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회사채가 불안한 현 상황에서 결국 자금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무관한 국채로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고금리에 따른 자금유입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진단하십니까. ▲김원장=국채로 유입된 자금은 금융부문 건실화를 위해 사용될 것이고 은행 건실화는 결국 기업 건실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문제는 채권시장 개방과 이자율 인상이 이자율차익을 노린 투기성자금을 불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경제주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확실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투기성 자금의 타깃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공사장=이 모든 과정에서 건전한 기업까지 희생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이 기업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소장=관리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부분은 금융기관 정리입니다. 부실은 많은데 이를 정리하자니 예금자 보호문제와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혼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종금사 정리도 아무런 준비없이 이뤄져 혼란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사공사장=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종금사 정리대상이 12개라더니 다시 9개로 바뀌는 등 오락가락하고 예금자 보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시기나 방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심리는 갈수록 확산될 것입니다. 구조조정 관리과정에서의 최대 과제는 이같은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소장=각 주체들이 경제에 대한 예측을 내리기 위해서 중요한 부문중 환율 동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분간은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김원장=사실 개방경제에서 환율 예측은 무모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과거의 패러다임에 묶여 있기 때문에 정부의 환율 예측을 기대하지만,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정부가 환율을 전망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자본시장 개방으로 자본시장의 단기적인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인 환율 예측은 더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개방경제를 피부로 느끼게 된 만큼 정부의 환율 예측은 필요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보다는 각 연구기관의 연구 및 예측력이 제고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소장=단기외채상환규모를 고려할 때 IMF가 지원키로 한 5백50억달러는 내년 3·4분기가 되면 다 떨어집니다.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금융기관이 정상적으로 빌리는 루트를 다시 확보해야 합니다.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김원장=IMF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기업, 근로자, 소비자들 경제주체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감정적인 대응은 곤란합니다. 감정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근거한 것으로 달라진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냉철한 판단으로 변화된 시스템에 적응해야 합니다. ▲이소장=외화자금난으로 기업들이 수출입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지나야 정상화 될 것으로 보십니까. ▲사공사장=회사별로 다르겠지만 환율상승으로 수출채산성은 개선되고 내수부문의 고통은 아주 클 것입니다. 특히 외상수출대금을 은행에서 네고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금융경색으로 네고가 어려워져 자금흐름이 아주 어려워진게 모든 기업의 현실입니다.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호조로 중장기적으로는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금융쪽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 1·4분기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화자금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습니다. 자금회수자제를 아무리 결의해도 금융기관창구에서는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도 한계사업조기정리, 불요불급한 부문에 대한 투자축소 등 축소경영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서야 합니다. ▲이소장=수출규모와 수출채산성은 어느정도 개선됩니까. ▲사공사장=우리 회사는 수출금액이 10%정도 늘고 채산성도 15%가량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소장=재벌해체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재벌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연결재무제표 도입 등 재벌체제에 영향을 주는 방안이 합의내용에 포함돼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사공사장=사회적으로 재벌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일개기업이 우리나라 재벌그룹전체보다 규모가 큽니다. 국제규모에 비해 왜소한 덩치로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에 재벌이라는 기업단체를 만들어 경쟁해 왔고 경제성장에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부채에 의존해 과잉투자를 했다고 문제삼고 있지만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전환할 것입니다. 연결재무제표를 도입할 경우 관계회사간 매출 등이 다 드러나 대외신용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김원장=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재벌해체차원으로 받아들일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에 기여해온 재벌의 단점이 나타난 것입니다. 한계에 닥쳤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듯이 기업에도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공사장=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일도양단하는 식의 처리는 큰 충격을 줄 것입니다. ▲김원장=누구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상호지보 등이 연쇄부도 등 작금의 어려움의 원인인 사실은 드러났습니다. 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현재의 재벌체제에서는 잘되는 기업도 크지 못합니다. 다른 계열사로 돈이 들어가 커야할 기업은 크지 못하고 재벌의 덩치만 커집니다. ▲사공사장=기업들도 최근 몇년간 경영합리화와 질경영전환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과도기에서 이러한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합리화의 장애물을 과감히 정리해야 합니다. 한계사업정리시 정리해고가 불가능해 인원감축이 어렵고 세금 등 각종 장애물이 운신을 어렵게 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장애물을 제거해 주고 기업스스로도 합리화, 효율화에 힘써야 합니다. ▲이소장=정책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세가지가 중요합니다. 우선 대외신뢰도를 높여야 외국자본이 들어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채산성개선과 재무구조개선에 정책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또 IMF에 빌린 돈을 조기에 상환하기 위해서는 50억달러로 책정된 경상적자규모를 대폭 축소, 흑자기조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대기업부도와 금융기관위기가 가시화 될 경우 3%의 성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물부문의 타격을 막기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정리=최창환·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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