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불안감 일부 해소/연기금 등 장기자금 외국인 한도확대 대비/선취매 가능성 높아지난달 중순이후 대량매도세로 돌변했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지난 5일이후 매수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가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8월중순이후 동남아화폐와 주식가격이 폭락하고 국내에서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9백원을 넘어서면서 은행주와 경기관련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단기투자위주의 헤지펀드가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투자비중을 낮추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런데 이같은 외국인 매도세가 이달들어 조금씩 진정되면서 지난 5일 5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8, 9일에도 각각 1백6억원, 1백53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외국인들이 매일 2백억원이상 순매도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투자패턴을 나타내면서 이들의 매수세가 되살아 나는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요 순매수 종목들도 경기관련주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유공을 35만주 순매수했으며 대우전자(33만주), 삼성중공업(28만주), 인천제철(27만주) 등 경기관련주 저가 대형주를 사들였다. 일부 연기금 펀드에서는 은행주를 매수하기도 했다.
더블유아이카증권의 김현기 이사는 『외국인들이 환율급등을 우려해 매도우위를 나타냈으나 현재는 이같은 매도세가 진정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단기 투기성 자금들이 충분히 빠져나갔기 때문에 추가 매도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부도유예협약을 손질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외국인들의 불안감이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일부 외국인들은 원화환율의 급등(원화절하)이 한국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론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ING베어링증권의 강헌구 이사는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상반기에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인들의 은행주 매물이 다시 나오고 있다』며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은 현시점에서는 매우 성급한 분석』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강이사는 『원화환율 상승이 곧바로 한국의 수출증가로 이어지리라는 분석 역시 설득력이 모자란다』며 『동남아시아 국가의 환율이 원화보다 더 빨리 절하되고 있기 때문에 「원화절하=수출증가」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헤지펀드 등 단기투기성 자금이 한국투자 비중을 충분히 낮춘 상황에서 연기금 등 장기투자 위주의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도확대를 대비한 선취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자금의 추가유입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국경제의 실질적인 회복』이라고 입을 모았다.<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