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달러화 추락… 포스트 브레턴우즈 체제 논의 다시 불붙는다

졸릭 世銀 총재 "G20, 변형된 金본위제 검토해야"<br>유로·엔·위안화등 포함 새 기축통화시스템 제안<br>美 반대·금 보유량 작아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br>달러 흔들기 그칠수도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주요20개국(G20) 차원에서 '변형된 금본위제'를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건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의 위상 추락과 함께 새로운 기축통화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금본위제 재도입을 시사하는 세계은행 총재의 이 같은 제안은 국제통화질서를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붓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과 달러화 가치를 고정시키며 달러화를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로 등극시켰던 브레턴우즈체제가 출범한 지 65년 만에 달러화 중심의 전후(戰後) 세계 통화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포스트(post) 브레턴우즈' 논의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 ◇무너진 달러화 위상…금본위제 재도입 논의 부상=졸릭 총재는 8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G20은 브레턴우즈 너머를 내다봐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지난 1971년 브레턴우즈 붕괴 이후 지금까지 뿌리내렸던 달러화 위주의 국제금융질서의 대안이 필요할 때라며 변형된 금본위제 채택을 포함한 새로운 통화 시스템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20이 금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향후 통화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의 국제적 준거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교과서에서는 금을 '과거의 돈'으로 볼지 모르지만 오늘날 시장에서는 금이 대체통화자산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달러화를 대신할 새 통화 시스템에 대해 "달러와 유로ㆍ엔ㆍ파운드ㆍ위안화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러 등 5개 통화를 기축통화로 삼아 금과 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졸릭 총재는 이전에도 글로벌 통화체제의 '다극화' 필요성을 역설해왔지만 1971년 폐지된 금본위제 도입을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졸릭 총재의 이 같은 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ㆍ러시아ㆍ유럽 등지에서 거듭 제기됐던 새로운 국제통화질서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며 '포스트 브레턴우즈' 체제 논의를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전을 치르면서 달러화를 마구 찍어냈던 미국이 1971년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꿀 수 없다고 선언한 이른바 '닉슨 쇼크' 이후 세계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의 부상과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 등으로 달러화의 패권이 흔들리기 시작, 급기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발발하자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달러화를 대신하는 '슈퍼통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달러화 흔들기'에 앞장서왔다. 러시아 등도 국제경제체제 재편을 위해 결제통화 다변화를 시도하는 등 전세계에서 새로운 기축통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포스트 브레턴우즈체제 실현에는 제약=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 약화에도 불구하고전문가들은 기축통화 다극화나 금본위제 도입 등 새로운 통화질서 구축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조방석 한국은행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국제금융이 단일통화에 의존할 경우 국제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어 새로운 통화체제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전후 상황과 달리 시장이 선택해 금융질서를 재편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에 통화질서 재편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금본위제를 도입할 경우 금 보유량 부족으로 브레턴우즈체제와 같은 금태환 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다각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본위제로의 회귀는 물론이고 다극화된 기축통화를 제도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통화질서의 구심점이 되는 기관이 창설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기축통화 논의는 '달러화 흔들기'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로화와 위안화가 달러화의 지위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어 '포스트 브레턴우즈' 논의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프랑스가 의장국 역할을 맡는 내년 G20 회의는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의제로 열릴 예정이어서 G20이 주축이 된 논의는 한층 가열될 것으로 분석된다.
◇브레턴우즈체제=세계 2차대전 이후 국제경제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지난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44개국 대표가 모여 만든 국제통화체제다. 세계 각국 통화가치를 달러 기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고정환율제와 달러가치를 금값에 연계시키는 금본위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달러화를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시켰다. 그러나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와 금을 교환하는 금태환을 폐지하면서 브레턴우즈체제는 종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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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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