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도 올림픽 트랙을 지배할 수 있다.' 폭발적인 근력과 순발력을 겸비한 미국계 흑인들이 지배해온 올림픽 육상 단거리에 '황색 반란'이 일어났다.
중국 육상의 희망 류시앙(21)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육상 남자 110m 허들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금메달을 따냈다.
그것도 11년 만에 나온 세계 타이기록(12초91)이자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앨런 존슨(미국)이 세운 올림픽기록(12초95)을 100분의 4초 앞당긴 총알 질주였다.
류시앙은 올 시즌 13초06의 기록을 내 메달권 진입이 기대됐지만 금메달까지 따내리라고는 전문가들도 좀처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대 라이벌 존슨이 전날 준결승에서 허들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을 겪고결승에서 2위를 한 테렌스 트러멜(미국)이 첫 출발 총성 때 플라잉(부정출발)을 범해 움추려들자 류시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염을 토했다.
중국은 류시앙의 금메달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0개가 넘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면서도 남자 육상에서는 84년 LA올림픽 높이뛰기 동메달리스트 주지안화가 최고 성적일 뿐 한번도 금메달을 만져보지 못했기 때문.
중국육상연맹 루오차오이 회장은 "그는 영웅이다. 전체 중국의 자랑"이라며 감격했다.
류시앙도 "내가 13초 벽을 깨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란 표정이었다.
상하이 출신인 류시앙은 중국 육상이 미래를 보고 체계적으로 길러낸 재목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벽에 막혀있는 한국 육상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상하이 푸둥스포츠소학교에 다니던 류시앙은 높이뛰기 선수로 출발했으나 키가더 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한때 운동을 그만둘 뻔 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중국 육상 단거리의 대부 순하이펑 코치를 만나면서 과학적인훈련법을 체득했고 그 결과 기록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면서 아시아 기록과 세계주니어기록을 척척 갈아치웠다.
키도 쑥쑥 자라 189㎝의 장신이 된 그는 작년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골든리그와 그랑프리대회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드러내 미국과 유럽 육상계를 서서히 긴장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줄기차게 따라붙는 서구 스프린터들을 보란듯이 따돌리며 일을 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황색 탄환' 류시앙에게 중국 대륙이 열광하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