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4월 5일] <1662> 금 보유 금지령


'민간의 금 보유 금지.' 1933년 4월5일, 루스벨트가 서명한 대통령령 6102호(Presidential Executive Order 6102)의 골자다. 유예기간도 짧았다. 불과 25일. 불응시 처벌 조항은 더 무시무시했다. 4월 말까지 100달러 이상의 금화나 금괴ㆍ금보관증서를 연방준비은행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벌금 1만달러(요즘 가치로 최소한 16만6,640달러)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 중세도 아닌 20세기에, 그것도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왜 이런 명령이 내려졌을까. 대공황의 와중에서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은행 영업정지와 경제회생 100일 플랜 가동 등 비상조치에도 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던 상황. 금본위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루스벨트는 거칠 게 없었다. 금보유 금지령 5개월 후에는 96년 동안 유지돼온 금 1온스당 20.67달러라는 교환비율을 29.82달러로, 다시 4개월이 지난 이듬해(1934년) 1월에는 35달러로 끌어올렸다. 달러화의 인위적 가치하락에 담긴 노림수는 인플레이션. 극도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려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약발이 들었을까. 그랬다. 주가와 은행대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경기가 1937년 이후 다시 꺾였다는 점. 실업도 늘어났다. 회생할 길을 찾지 못하던 미국경제는 유럽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비로소 살아났다. 루스벨트가 정했던 온스당 35달러의 비율은 1971년 닉슨의 '배째라 선언'인 금태환 정지선언 직전까지 이어지며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닉슨 쇼크 이후 지급준비금으로서 금의 가치도 떨어져 미국 민간의 금보유 금지는 1974년 해제됐지만 요즘의 경제여건은 루스벨트 시절을 방불케 한다. 금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기전망이 그만큼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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