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100세 시대와 지속가능성

급속한 고령화 대비하려면 건강한 생산인구 공급 중요<br>출산율 높이기 어렵다면 이민의 문 여는 것도 대안


100m 달리기에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최초의 공인 기록은 1912년 미국의 돈 리핀콧이 세운 10초6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10초의 벽은 1968년 미국의 짐 하인스에 의해 깨졌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경이로운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최고 기록은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2009년에 세운 9초58이다. 100m 기록을 1초 단축하는 데에 100년이 걸린 셈이다.

인간 수명은 반대로 연장의 역사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명 연장의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1960년에 수명이 불과 53세였던 것이 2011년 현재 수명은 81세다. 2년마다 수명이 1세씩 연장된 셈이다. 이런 속도라면 최장수 국가인 일본의 수명(83세)을 따돌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100m 달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명 연장의 역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추세 그대로라면 2050년에 수명은 100세에 도달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요즘은 90세를 넘겨야 장수하셨다는 덕담을 하게 된다. 한국은 인간 수명 연장의 경이로운 역사의 개척에서 선두에 서 있다.


100세 시대가 길고 가늘게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류가 오래 염원해왔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 장수'의 꿈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 장수를 바라는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기업과 시장이 움직일 것이고 정부도 제도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혁신적인 의학기술이 발전해 치명적인 질환과 전염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게 될 것이다. 재해나 사고,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과 운동, 그리고 웰빙 식생활을 통해 건강한 생활이 확산될 것이다. 나아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적 위험 요인을 관리해나가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실현해나가기 위해서 의약학ㆍ식품학ㆍ생명공학ㆍ전자공학ㆍ스포츠과학 등 관련 학문과 산업이 융합된 신(新)산업이 창출될 것이다. 창조적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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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는 삶의 생애 주기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학령기ㆍ근로기ㆍ은퇴기로 구분되는 전통적인 라이프 사이클이 100세 장수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근로기는 연장되고 은퇴기는 짧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장 여력이 확충되고 은퇴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100세 시대로 이행하는 변화의 속도에 맞춰 정년은 자동적으로 연장돼야 한다. 이에 따라 노인의 정의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연금 수급 연령을 연장해 미래의 연금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하고 노인의료비 부담도 줄여야 한다. 100세 시대의 지속 가능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는 건강한 생산 인구를 풍부히 생산해내는 것이다.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가 어려워지면 해외 이민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권의 해외 한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건강한 인구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실패했을 때 우리는 초저출산과 초고령화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는 길은 기술 진보에 있다. 기술 진보에 적응하고 기술 혁신을 활용하는 창조경제가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 60세 정년이 법제화됐다. 수명 80세 시대에 걸맞은 선택이다. 100세 시대에서는 정년이 80세가 돼야 할지 모른다. 그래야 근로 인구 대비 은퇴 인구의 적정한 비율을 유지하게 되고 재정적인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100세 시대 이야기가 너무나 멀고 한가해 보이는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왔다. 100세 시대는 결코 멀지 않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창조적 사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적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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