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2월 2일] 대형마트의 소용량 바람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알뜰 소비가 대형마트의 소용량 상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요즘 대형마트를 방문해보면 미니참기름ㆍ실속대파ㆍ미니과일팩 등의 이름이 붙여진 소용량 상품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띈다. 대용량 상품이나 묶음포장 상품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대형마트가 소용량 상품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생활습관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사회의 가정은 맞벌이 부부 증가와 줄어든 자녀 수 등으로 집에서 식사하는 빈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1인 가구인 이른바 ‘싱글족’들의 증가도 이러한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소용량 상품은 일반적으로 대용량 상품에 비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상품을 구입한 후 오래 보관하지 않아도 되고 일단 상품을 개봉하면 남김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싱글족이나 맞벌이 부부 등을 중심으로 점점 더 많이 소비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런데 올해는 그동안의 주요 고객이었던 싱글족들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소용량 상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올해 눈에 띄게 많이 발생했던 식품위생 관련 사고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신선식품의 경우 장기간 보관하게 되면 신선함이 떨어진 상태에서 먹어야 하는데다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차라리 적게 사서 신선하고 안전하게 먹고 버리지 않는 게 실질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식품을 장기간 보관할 경우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식품 변질 등의 위해요소를 아예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고물가 시대에 지금 꼭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겠다는 알뜰 소비 경향도 소용량 상품의 인기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불안한 경기와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알뜰 주부들을 중심으로 미래에 혹시 발생할 수요를 위해 지금 용량이 큰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지금 필요한 만큼만 적게 사서 알뜰히 소비하겠다’는 가계 절약의 습관으로 소용량 상품구매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절약 생활의 대표로 손꼽히는 일본 주부들의 ‘무 반개 주세요, 생선 반마리 주세요’ 장보기 문화를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용량 상품의 소비는 가정의 알뜰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를 감소시킬 수 있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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