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국에서는 한 자동차 회사의 몰락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10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마지막 자동차 회사인 로버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공준분해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때 영국 산업계의 상징이자 자존심으로 불렀던 로버는 시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신차 개발에서도 뒤지면서 수차례 주인이 뒤바뀌는 등 부침을 거듭해왔다. 잦은 노사분규와 후발 업체의 맹추격도 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버사의 근로자들은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의 인수협상에 막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회사가 워낙 부실덩어리인 탓에 이마저도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로버의 대주주들은 회사와의 부당거래 혐의로 정부의 공식 조사를 받을 처지에 몰려 있다.
로버는 4륜구동의 대표주자인 ‘랜드로버’와 최근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니’를 개발한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영국은 지난 50년대까지만 해도 로버를 간판기업으로 내세워 세계 1위의 자동차 수출국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그러나 영국 자동차산업은 60년대 말부터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맹추격에 밀려 서서히 ‘저물어가는 제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급기야 로버는 94년 말 BMW에 인수됐다가 단돈 10파운드에 되팔리는 수모를 겪었으며 재규어도 일찌감치 포드에 인수되는 등 거친 풍파에 시달렸다.
하지만 정작 영국 현지에서는 로버의 몰락을 아주 차분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이미 떨어진 만큼 근로자들의 취업이나 협력업체의 판로 확보 등 후속책 마련에 오히려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출판된 ‘블루오션 전략’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들은 이 책에서 경쟁이 치열한 기존 시장을 ‘레드오션(붉은 바다)’으로, 경쟁이 필요없는 새로운 시장을 ‘블루오션(푸른 바다)’으로 규정짓고 있다.
한국은 지금 자동차나 철강ㆍ조선 등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10~20년 후에도 잘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도 로버의 몰락을 교훈 삼아 제로섬게임 지역인 붉은 바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푸른 바다로 기수를 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