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세계 1위 자물쇠 업체인 아사 아블로이와 국내 디지털 도어록 업체 아이레보가 지분 참여를 포함한 제휴를 추진한다는 기사가 서울경제신문에 나간 후 회사와 투자자로부터 각각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했고 투자자들은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그리고 2달 뒤인 6월 말 아사 아블로이가 아이레보 지분 100%를 공개매수 한다는 기사를 서울경제신문이 특종 보도한 후에도 회사 측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꽁무니를 뺐다. 심지어 아이레보 대표는 보도 전 확인을 요청한 기자에게 “주가 맨 앞자리가 ‘4’로 시작되면 공개매수는 있을 수가 없다”며 “기사가 나가면 오보가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아이레보 주가가 4,000원 이상이면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당시 아이레보 주가는 4,400원대였다.
통상 인수ㆍ합병(M&A) 당사자들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계약과 관련된 사항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 준수 계약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과 거짓을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아이레보 대표의 발언은 계약 당사자로서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가를 떨어뜨려 공개매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회사 대표가 “오보가 될 것”이라고 한 지 이틀 만에 아이레보는 공개매수 일정을 발표했다.
얼마 전엔 SK텔레콤이 한 코스닥 업체를 인수한다고 밝혔다가 SK텔레콤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업체 주가는 인수 발표 전에 급등하다가 인수 발표 후 하락하고 또 이사회 반대가 있기 하루 전부터 급락세를 보여왔다. 내부 정보를 훤히 알고 있는 사람이 관계되지 않았다면 나타나기 힘든 주가 흐름이다.
기업의 M&A는 관여자가 수십 명에 이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정보가 샐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가도 급등락 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를 움직이거나 움직이려는 사람이 기업의 내부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업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내부자들이 주가를 흔들려고 하면 결국 그 피해는 소액 투자자들 몫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