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관 순매수 수급 숨통, 하락장 버팀목 역할 관심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10일 소폭 하락하는데 그치면서 기관이 하락장세의 버팀목 역할을 해 줄 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이 시간외 거래에서 소폭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매도기조를 이어가고 개인마저 순매도로 반전해 시장상황이 더욱 불확실해 진 상황에서 기관이 비교적 대규모로 순매수하며 추가 급락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는 10일 미 증시 하락세속에서도 프로그램 매수를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주말보다 0.23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미 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이 모두 무너진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기관들은 이날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831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순매수 전환이 시장수급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최근 투신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데다 국민연금 등 일부 연기금이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자금 집행을 시작하게 되면 메말라 버린 증시 수급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오는 13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세의 추가 유입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해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되 향후 기관의 매수세 유입에 대비할 것을 권했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과 실적이 좋은 중소형 옐로칩의 저가매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550선까지는 기관 손절매(Loss-cut) 우려 없어=이 달 들어 기관의 매매패턴이 지난달과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소폭의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지만 투신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외국인이 삼성전자ㆍ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1,300억원이 넘게 순매도했지만 기관은 165억원을 순매도하며 관망세를 보였다. 이 달 들어 지난 5거래일 동안 순매도 규모는 851억원으로 지난 1월 한달간 모두 1조5,746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팔아 치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외국인이 연일 순매도하며 손절매로 추정되는 물량을 털어내고 있는데 반해 기관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손절매 규정에 묶인 기관들이 지난달 1차 손절매에 이어 2차 손절매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현 지수대가 기관의 손절매 규정에 미치지 못해 쉽게 물량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가 550선까지 밀리지 않는 한 기관의 손절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학균 굿모닝신한 증권 연구원은 “지수 550선만 지켜지면 기관의 로스컷 우려는 없다”며 “지난해 10월~11월 지수 580~700선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인데 반해 기관은 지켜보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기관, 매도보다는 매수타이밍 저울질=앞으로 증시 수급은 기관 매수세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에 외국인과 개인이 뚜렷한 매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기관은 매수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달 중순이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국민은행의 자금 집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시장의 수급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자금 집행 규모는 국민연금(2,300억원), 증권 유관기관(1,000억원), 공무원연금(400억원), 교원공제회(500억원), 국민은행(총 1조원 분할 투입) 등이다. 과거 사례를 보아도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 말 증시가 400선에서 움직일 때 국민ㆍ사학ㆍ공무원 연금 등은 5,000억~1조원을 증시에 투입했다. 또 9.11 테러 직후인 2000년 10월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국민연금은 6,000억원을 투입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연기금 등 기관의 자금 투입은 하락장에서 가격 메리트가 크게 부각되거나 급락 후 지수가 횡보하는 초기 국면에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 저가매수 전략을=연기금 등 기관자금이 증시에 본격 투입되면 주로 시가 총액 상위 종목을 사들이거나 지수와 연동해서 움직이는 인덱스형 상품 등으로 운영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에 대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저가 매수에 나서거나 인덱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ㆍSK텔레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펀더멘털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상태다. 황중권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기관들이 주식매수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 매수부재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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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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