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해고되지만 금세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지금 생활이 더 편합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일하지 않을까요."(마이클 싱클레어ㆍ계약직ㆍ미국 애틀랜타) 그는 현재 한 의료용품 제조업체 마케팅부서에서 6개월째 근무중이지만, 계약직인 탓에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경기침체로 인한 실업난을 계기로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임시직(Short-term jobs)'을 택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임시직은 계약직ㆍ파견직 등 정규직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임시직 근로자 수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봉급생활자가 아니지만 주당 근로시간이 35시간 이하인 인구는 지난해 12월 120만명에 달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구의 대부분이 싱클레어씨와 같은 임시직 근로자일 것으로 본다. NYT는 임시직 근로자 증가가 고용시장의 변화에 적응, 해고의 공포에 면역력을 갖게 된 미국인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임시직 종사자들은 정규직 일자리조차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한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정규직에 별 미련이 없다. 오히려 여러 가지 직장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싱클레어씨의 경우 마케팅 컨설턴트이자 자유기고가이기도 하다. 때로는 정보통신(IT) 전문가나 임상 간호사로 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임시직의 경우 직장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봉을 계산했을 때 정규직 시절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임시직 근로자들도 있긴 하지만 이들조차 수입의 변동이 심하다. 유니레버 출신의 임시직 근로자인 밥 롱고씨는 "언제까지 계약한 일이 끝날 때마다 매번 일을 찾아 헤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시직 근로자들이 늘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일본 프리터족들처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약 180만명으로 집계된 일본 프리터족은 내수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임시직의 장단점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임시직 근로자들의 수가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연구기관인 W.E. 업존의 수전 하우스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경기침체는 이전의 어느 경기침체보다도 불확실성이 강했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은 정규직보다 임시직 근로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