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포커스] '광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 현대차 속앓이

"여력 없는데…" 거센 정치권 요구에 난감

광주 내 공장은 기아차뿐… 환율 문제로 증산 쉽잖아

여야 "무조건 생산량 확충"… 기업 상황 외면한채 주장


박근혜 대통령은 올 들어 강서구 마곡산단에 LG의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을 찾은 것을 비롯해 SK그룹과 효성의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행사나 공장을 찾은 적은 없다. 현대차는 광주광역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을 예정인데 대통령 참석 여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해 일정 문제도 있겠지만 광주시가 추진 중인 '100만대 생산기지'와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주를 찾아 '100만대 공약'을 내걸었는데 최근 이 문제가 시끄러워지고 있는 탓이다.


◇"8만대를 50만대로 만들었는데"=현대차그룹의 핵심관계자는 1일 "대통령께서 기아차를 찾게 되면 100만대 생산기지 공약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이는 청와대나 현대차 입장에서 모두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건 약속을 근거로 100만대 생산기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0월 "광주의 자동차 산업을 적극 지원해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와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기획재정부에 '광주 자동차 100만대 조성'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을 신청했고 최근 선정됐다는 통보도 받았다. 앞서 광주시는 100만대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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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대차그룹이다. 광주에는 기아차가 공장이 유일하다. 광주시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은 기아차의 생산량을 100만대로 끌어 올리겠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핵심 관계자는 "2000년대 초 8만대를 생산하던 곳을 50만대 수준으로 늘렸다"며 "환율 문제로 오히려 해외생산을 더 늘려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총 228만1,162대를 생산했으며 이중 해외생산 비중은 29.7%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차는 해외생산 비중이 49.7%에 달한다.

◇당사자 빠진 '정치적' 주장만 난무=자동차 업계에서도 기아차의 광주 공장 증산은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광주 공장은 스포티지와 쏘울·카렌스·봉고 등을 생산하며 대부분 수출 주력 차종이다. 게다가 광주 공장은 지난해 62만대로 최대 생산 가능 물량까지 늘려놓았다. 오는 2016년부터 멕시코 공장에서 쏘울 등을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추가 생산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기업의 사정은 무시한 채 무조건 생산량을 확충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가 쏟아져 기아차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난달 기아차 광주공장을 방문해 "당차원에서 100만대 자동차 산업도시 발전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여당 실세로 불리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전라남도에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작 당사자인 현대차그룹만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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