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투자은행 "한국 어떻게 보고있나"

국제금융센터가 8일 내놓은 분석보고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은행들의 시각을 조심스럽게 반영하고 있다. 외국 투자은행들은 현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정부의 대우 문제와 투신사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한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거시경제지표=외국 투자은행들은 한결같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8% 이상으로, 물가상승률은 안정적 수준에서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상당히 낙관적이다. 우선 JP모건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 6.5%에서 8.0%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대우사태의 여파가 금융권 이외의 부분으로는 파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고 민간 부문의 투자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동남아 지역에서의 수요증가와 반도체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릴린치와 살로몬스미스바니도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8% 이상과 1% 이내로 안정적 전망을 내렸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GDP 성장률을 8.6%까지 바라보았다. 이들은 한국정부가 대우 문제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시장의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해외 투자은행들은 거시지표상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 대우와 투신사 문제가 안고 있는 현재의 불안한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살로몬스미스바니는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 금융권간 자금이동과 물가상승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금리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약세를 보여 71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외국 투자은행들은 이같은 불안을 풀기 위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JP모건의 보고서. JP모건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3가지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JP모건은 『투신사 유동성 위기 때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특히 『대우사태로 인한 공적자금 투입 예상규모를 2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당국의 단호한 의지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JP모건은 그러나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승리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공적자금을 추가 투입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 한국 정책당국의 한계를 꼬집었다. 모건스탠리도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투신사 부실이 해결되고 대우관련 채권을 단번에 할인평가(HAIRCUT)하면서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이와 함께 대우사태의 조속한 처리를 통한 손실부담 원칙을 이른 시일 내 마련해야 한다는 근원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투신사 문제의 경우엔 3단계 처리방안을 밝혔다. 투신사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그냥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부채동결과 신탁상품 원금 일부 보장에 이어 부실투신사에 대해서는 폐쇄 및 합병이라는 극단적 구조조정 작업을 밟아 처리해야 한다는 것. 메릴린치도 대우 문제의 처리를 위해 3가지 고려사항을 내놓았다. 우선 채권금융기관의 손실과 관련해 30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외 금융기관의 손실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금융 부문의 부실채권 비율을 28~30% 내외로 산정했다. 메릴린치는 또 금융 부문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서는 투신사들의 부실규모 증가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투신사들이 자체 부담에 대비한 증자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사태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메릴린치는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던질 것으로 보이나 대마불사라는 신화가 소멸돼 금융 부문의 자본배분 효율화와 실물경제 부문의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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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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