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7월 30일] 나만의 결혼, 브랜드로 말한다

예식장을 가면 신부대기실에 있는 아름다운 신부를 보게 된다. 친구들은 아름다운 신부에게 찬사를 보내며 이어 “이건 어디 드레스니”하며 호기심 어린 문답을 주고받는다. 마치 새로운 구두나 가방을 보며 나누는 대화와 유사하다. 브랜드의 구분 없이 하얀 드레스에 우아한 면사포 한 장이면 충분했던 과거의 결혼식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요즘의 예비신랑ㆍ신부는 결혼준비를 할 때 다양한 상품 브랜드를 탐색하고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특징을 공유하며 나만의 브랜드를 결정한다. 같은 배기량의 자동차가 브랜드별로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는 것처럼 결혼준비 상품 또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예산과 취향에 따라 수십, 수백 종의 브랜드가 생겨난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변하게 됐을까. 과거에는 결혼준비라 하면 예비신랑ㆍ신부들이 부모님과 함께 일일이 발품을 팔며 고생스럽게 준비하던 방식이었다. 상품을 비교한다고 해도 많아야 서너 군데였다. 하지만 웨딩산업에 정보기술(IT)이 동반된 유통체계가 확립되면서 이제는 단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결혼준비를 모두 마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해졌다. 이즈음 예식장, 사진,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 신혼여행, 한복, 예물 등을 뛰어넘어 웨딩 상품의 종류와 브랜드가 계속해 늘고 있고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 또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값비싸고 흔하지 않은 것을 좋은 브랜드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인기와 가치가 굳이 가격대와 비례하지 않는 특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대형 웨딩서비스 유통회사를 중심으로 기존 웨딩 업체들의 가격 거품이 해소됐고 상품서비스 품질도 동시에 향상됐다. 마치 소매점 방식의 시장에 대형 마트가 출현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소비자들은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손쉽게 본인이 원하는 브랜드를 소유할 수 있게 됐고 기존에 없던 정찰제와 서비스보증제도 등 기업화된 체계로 더욱 만족스러운 결혼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웨딩 브랜드의 홍수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소비자의 브랜드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결혼은 우리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 현명한 소비자들에게 결혼준비는 무척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수십 가지의 ‘브랜드’를 단 한번에 소유할 수 있는 기회는 결혼이 아니라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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