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혼빼는 국세청 사칭 '환급사기'

"세금 환급해 주는 줄 알고 계좌번호를 눌렀는데 사기범 계좌로 돈이 줄줄 빠져 나가다니...." 국세청 직원을 사칭한 고전적인 환급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말부터 똑같은 수법을 통한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피해자가 끊이지 않는 것은 세금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현금지급기라는 도구가 있기때문에 가능했다. 마산시에 사는 피해자 김모(46.주부)씨는 "너무 부끄럽고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십중팔구 처음 휴대전화로 걸려온 사람은 대부분 국세청 직원을 사칭한 여성.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곧바로 범행을 실행할 수도 있지만 2번째로 국세청 직원을 사칭한 상급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과다하게 부과된 세금 환급금을 돌려주겠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피해자가 다소 의심을 하면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한다. "환급할 사람이 지금 많아 오늘 중 처리를 해야 하는데 고객님 통장으로 지금 바로 입금을 시켜 줄테니 10분후에 다시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겠다"며 다급하게 유도를 한다. 피해자들은 세금이 과다하게 납부된 사실에 대해 불쾌하게 여기다가 곧바로 돈이 입금된다는 사실에만 집착, 인근 은행 현금지급기로 달려가게 되고 걸려온 휴대전화를 통해 현금지급기를 통해 계좌이체를 시작하게 된다. 결정적인 수법은 통장을 현금지급기 안에 넣도록 한 뒤 계좌이체를 시작하게 하는데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송금' 개념이 계좌이체라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순간적으로 망각하는 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사기범이 불러주는 이른바 '인증번호'를 입력하게 되는데 실제 이 번호는 자신이 사기범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인출금액 숫자. 사기범은 인증번호로 '00254xxxxxxxx' 등으로 부르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확인번호를 누를 것을 지시하게 되는데 피해자는 이 순간에도 고스란히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과정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입금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통장을 통해 오히려 돈이 빠져 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고 휴대전화에 표시된 번호를 전화를 걸어보고 허겁지겁 은행창구 직원에게 문의한뒤 뒤늦게 '지불정지' 신청을 해보지만 돈은 이미 100% 빠져 나가고 난 뒤다. 경남 마산중부경찰서에 구속된 중국인 정모(23)씨는 이같은 수법으로 두달간 140여명을 대상으로 총 160차례에 걸쳐 5억5천만원을 챙겼다. 이관희 경제수사팀장은 "사기범은 모두 이른바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하고 난 뒤에는 전혀 추적할 수 없다"며 "휴대전화로 들려오는 사기범의 음성을 들으며 현금지급기 앞에서 번호를 누르는 작업이 결코 간단하지 않아 당하기십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국세청이 현금지급기 계좌이체를 통해 세금을 절대 환급해 주지 않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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