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윤 삼양사 사장/‘보수의 틀 깨기’ 공격경영(차세대 경영자)

◎“오너보다 전문경영인” 강조/73년 그룹사에 변화주도/발탁인사·연봉제 도입/섬유·식품 등 내실 바탕/의약·정보통신에 승부삼양그룹은 요즘 체질개선의 태풍에 휩싸여 있다. 태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은 김윤(45)삼양사 사장. 그는 지난해 9월 삼양사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실상 삼양그룹의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김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73년 역사의 삼양그룹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 보수의 틀을 깨기 위한 몸부림이다. 설탕에서 시작해 섬유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삼양은 일반인들로부터 매우 보수적인 기업으로 인식돼 있다. 이는 지난달 삼양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실시한 기업인지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삼양그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설탕」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김사장은 이같은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기업문화와 체질, 경영방식 등 그룹전반에 변혁을 몰고 있다. 김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그룹 역사상 유례없는 조치를 단행했다. 몇년 지나면 과장·차장·부장으로 자동승진에 되는 인사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중간 간부 10여명에 발탁인사를 단행했다. 대리 2년차가 과장으로 진급했으며 과장승진 2년6개월만에 차장으로 승진시켰다. 인사 태풍은 중간간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에는 세대교체성 임원인사를 주도했다. 전무와 부사장급 임원을 계열사 대표이사로 중용하고 원로 임원들을 뒤로 물리는 「물갈이」를 단행했다. 물론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는 김상하그룹회장이 총괄했지만 김윤 사장의 의견이 많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3세경영 구도가 보다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기도 하다. 김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연구직을 대상으로 했던 연봉제를 올 하반기부터 삼양사 과장급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는 앞으로 삼양사 대졸이상 사원과 그룹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같은 혁신경영은 삼양그룹이 지난 24년 창업후 70여년 동안 위기상황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수성」에는 성공했지만 그룹의 위상이 예전같지만 않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외도하지 않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보수적인 경영풍토가 지금의 그룹을 지켜온 원동력이 된 것 만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데도 인정주의가 남아 있고,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없지 않기 때문에 김사장이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사장의 이같은 혁신에 대해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는 그룹에서 오랫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온 다음 지난 85년 삼양사 차장으로 입사한 이래 이사와 관리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특히 관리본부장을 맡으면서 인사제도와 인재육성, 기업문화 등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쏟았다. 현재의 혁신경영은 그가 10여년간 경영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소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오너라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김사장은 섬유와 식품으로 대표되는 기존사업에 대한 내실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공격경영의 핵심은 최근 진출한 의약과 정보통신사업에 대한 조기 정착에 있다. 그는 『기존사업을 안정적으로 해나가면 된다는 현실 안주적인 생각이 무의식중에 깔려 있다』며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야 하고, 특히 최근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예전의 보수적인 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임직원들이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섬유와 식품외에 의약과 정보통신 등의 신규사업에 투자를 늘려 오는 2001년까지 신규사업 비중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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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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