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중단된 중장기 외화채권 발행을 재개할 움직임이다. 아직은 해외 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분위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들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외화채권 발행 성공 여부가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우리·하나은행, 준비작업 착수=현재 공모를 통한 외화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곳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다. 이들은 이르면 2·4분기 중에 해외시장에서 공모 방식으로 외화채권을 발행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외화채권 발행 성공 여부를 지켜본 후 구체적인 수요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은행은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최소 1억달러에서 최대 5억달러 사이에서 외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외 공모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점차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모 방식의 외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아시아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 발행을 준비중이다. 신한은행도 올해 상반기에는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여건이 허락되면 중장기 채권 발행을 시도할 방침이다. 농협도 다른 시중은행들의 발행여부와 조건 등을 살펴본 뒤 가세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급보증 카드 놓고 고민=시중은행들은 외화채권을 발행할 경우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시중은행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올 6월말까지 신규 발행되는 외화 채무에 대해 총 1,000억달러 이내에서 3년간 지급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MOU 기간 연장으로 경영간섭 기간도 늘어나는 만큼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외채발행이 시중은행들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산업은행은 정부 보증 아래 외채 발행을 추진중인 반면 수출입은행은 정부 보증 없이 해외 차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외채를 발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을지 아니면 자체 신용으로 할지 여부"라며 "국책 은행들의 발행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3년 내지 5년 만기의 해외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데 정부 지급 보증을 받게 되면 MOU가 연장될 수 있다"며 "경영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으면 나중에 자체 신용을 내세워 채권을 발행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지급보증을 받으면 1%의 보증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도 부담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0.5%포인트 차이밖에 없어 보증료 1%포인트 이상의 스프레드 효과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