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탄소금융권 중심될 기회 놓칠건가


한국에서도 탄소 규제로 한국전력이 우드 펠릿(Wood Pelletㆍ톱밥 등을 고온ㆍ고압에서 담배필터 모양으로 성형한 재생연료)을 수입한다고 하니 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잖다. 과연 그럴까. 탄소배출권 시장이 만들어지고 안정되면서 유럽 전력업체들은 저렴하고 간편한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대신 귀찮은 펠릿 발전을 포기했다. 유럽을 겨냥해 아프리카에 설립한 펠릿업체들도 수출이 안되자 발전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열대림 목재를 펠릿으로 가공한 뒤 배로 수천㎞를 운반해 발전에 쓰는 것보다는 원산지에서 펠릿으로 청정발전을 해 거기서 생기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게 경제적이다. 따라서 오는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제도를 출범시키는 한국을 겨냥한 펠릿사업은 국제 경제, 기후변화정책과 실태를 정확히 이해한 후 타당성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동남아 산림탄소배출권 도입 허용

한국은 지난 5월 탄소에 대한 이해나 제도 없이 탄소배출권을 비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 정부가 도입하려는 유럽 배출권 거래 제도는 문제투성이다. 탄소배출권 수입의 80%가 금융권 몫이고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소 사업에는 20% 이하만 투입된다. 배출권 거래소의 기술적 문제 때문에 배출권 온라인 절도와 부가가치세 사기 등 금융 범죄로 50억유로(약 7조3000억원)의 손실이 나 유럽에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5~2017년에는 100% 무상할당으로 배출권을 제공하고 2018~2020년에는 규제범위인 4억5,000만톤의 탄소 배출 중 3%(1,300만톤)만 규제한다고 했다. 가격을 톤당 5달러로 정하면 6,500만달러(약 730억원) 정도로 증권시장에서 아주 작은 중소기업 시가총액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탄소배출권을 거래하자고 거래소를 신설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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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 정부와 협력해 양자체제(Bilateral OffMechanism) 탄소배출권을 도입해 유럽의 영향력 밖으로 나가는 게 낫다. 이를 위해 5월 국회를 통과한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양자 산림훼손방지탄소배출권(REDD)을 포함시키고 해외 배출권 수입을 허용해 우리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엔이나 유럽식 탄소배출권은 프로젝트 단위로 생성되므로 행위가격(Transactional cost)이 매우 높다. 10㎿ 바이오매스 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20만톤의 탄소배출권을 구하려면 30만~40만달러의 프로젝트 코스트를 부담해야 할 정도로 잘못된 게 유럽식이다. 반면 양자체제 REDD 등은 단위가 커 행위가격이 낮아진다. ㏊(1만㎡)당 연간 100톤의 탄소배출권이 나오는 이탄층 REDD 10만㏊ 규모의 프로젝트 하나면 한국 규제량(1,300만톤)에 근접한 탄소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

탄소배출권 금융전문가 육성해야

한국은 교토의정서상의 부속서Ⅰ국가(선진국)가 아니므로 유엔 탄소배출권을 구매ㆍ취득ㆍ판매하지도, 배출권 거래제의 생명인 등록부(Registry)를 국내에 설치하지도 못한다. 유럽 국가에 등록부를 설치한 후 이를 통해 탄소를 구매해야 한다.

미래의 탄소 배출 감량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은 선물ㆍ옵션 등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이어서 구미 금융기관 등이 눈독을 들이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는 탄소배출권 금융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전무하다. 정부나 관련 기관도 우리가 양자 REDD를 활용해 탄소금융권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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