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5월 1일] 총리보다 월급 많은 기술자

‘철도기술자가 총리보다 월급이 많다?’ 실제로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정부는 총리에게 8백엔을 줬지만 외국인 철도기술자에게는 2천엔을 줬다고 한다. 기술발전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과학기술을 우대하지 않은 선진국은 없었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멍에를 딛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일본과 독일 모두 기술을 중요시했다. 심지어 정복 지역의 모든 것을 파괴했던 징기스칸도 기술자는 죽이지 않고 본국으로 데려왔을 정도였다. 지식경제가 고도화되면 기술과 국가경쟁력의 비례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기술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인 10명 중 8명은 ‘기회가 주어지면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한 예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MP3플레이어나 온라인 게임,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한발 앞선 기술을 들고 나와 주목받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돼야 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머지않아 경쟁국들에게 추월당하게 될 것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정보기술(IT)ㆍ생명공학기술(BT)ㆍ나노기술(NT) 등 신산업으로 주력산업의 축을 이동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고급인력의 육성이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공계를 나오면 잘되야 기술자밖에 되지 않느냐’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비전문가가 전문가들 위에서 지시하고 통제하는 경향이 많다. ‘규제 전봇대’가 곳곳에 박혀 있는 것도 현장을 잘 아는 기술자의 시각이 아니라 비전문가의 눈높이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더 이상 말로만 이공계 인력을 우대하자고 외치지 말자.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올린 기술자ㆍ전문가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승진과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그들이 실질적으로 우대받는 풍토를 만들어가자. 그러면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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