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널뛰는 환율…달러수요 뚝 "네식구 먹고 살기도 벅차요"

남대문 암달러상 르포<br>환율예측 힘들어 손해보고 팔기 일쑤<br>하루 평균 5,000달러 거래도 힘들어<br>외국인과 거래많은 상인들 煥시세 촉각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에 근접하며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남대문시장의 암달러상인들이 환전하려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극도의 불황을 맞고 있다. 13일 암달러상들이 환전고객을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장사가 잘 될 턱이 있어? 요즘은 팔아도 손해, 사도 손해야.” 서울 남대문시장 제일은행지점 골목에서 20년간 ‘달러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달러를 거래해온 홍모(75) 할머니. 요즘은 달러장사로 손해를 보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홍 할머니는 “최근 일주일은 환율이 요동을 쳐서 달러를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발길을 뚝 끊었다”며 “평생 이렇게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루는 달러마저 떨어져 은행에서 100달러를 10만300원에 사왔다가 100원을 손해보고 판 적도 있었다. 그 다음날 환율이 더 떨어지면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홍 할머니는 그나마 자신은 나은 편이라고 했다. “심심해서 나오지 돈 벌려면 나올 수 없어. 다음달이 곗돈 타는 달인데 이달 곗돈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나마 나는 남편이 상이용사로 죽어 한달에 100만원 정도 보조금이 나오니 다행이지….” 길가에 ‘환전’이라는 팻말을 내걸고 앉아 있는 또 다른 할머니는 “이 장사한 지 40년째야. 그런데 지금이 하여튼 최고로 안돼. 최고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대문시장에서 나이 서른에 암달러상을 시작한 이모(70) 할머니도 “환율이 내려가니까 달러 가진 사람들이 집에다 쟁여놓고 있는지 달러 구경하기가 힘들다”며 “요즘은 한달에 50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다른 할머니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진은 1달러에 1원 정도. 1만달러를 거래하면 1만원을 손에 쥐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 아니면 1만달러는커녕 5,000달러도 거래하기 힘든 상황이다. 달러를 샀다가 다음날 환율이 폭락해 환차손을 고스란히 떠안기도 일쑤다. 남대문시장 암달러상을 밀착 취재했음에도 불구,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외환시장의 불안으로 암달러시장은 그야말로 개점휴업 상태. 상황은 사설 환전소들도 다르지 않았다. 3년 전 평생 몸 담은 공무원생활을 접고 남대문에서 환전소를 시작한 홍모씨는 요즘 가게 월세를 내기도 벅찬 형편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네식구가 먹고 살 정도는 됐지만 지금은 손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홍씨는 “매매가 거의 없다”며 “1달러 팔면 5원이 남는데 요즘은 하루 자고 나면 달러 가격이 떨어져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날도 많다”고 토로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에서 달러를 받는 상인들도 환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아침마다 신문으로 전날 환율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틈틈이 달러상들에게 환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수입시계점을 하는 이모씨(46)는 “외국인 관광객이 달러로 계산하려고 하면 환율을 충분히 감안해 받는다”며 “요즘 같은 불황에 마진까지 빼앗기면 안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불황에다 환율하락으로 남대문시장 암달러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