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9일] '외다수 연기자'들의 현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꿈꿔왔던 연예인이 돼 TV 출연을 이뤄도 법정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다면. 흔히 연예인이라고 하면 배용준ㆍ손예진 등 톱스타만을 떠올린다. 그들이 미니시리즈 1회 출연료로 몇 천만원을 받았다, 몇 억을 받았다는 말들에 봉급쟁이들은 기운이 쑥 빠진다. 하지만 이런 스타가 얼마나 될까. 한국방송영화공연연예인노조(이하 한예조)가 밝힌 국내 연기자들의 현실을 살펴보면 연간 수입이 1억원이 넘는 연예인은 7.7%다. 하지만 법정 최저임금(연봉 1,020만원)도 제대로 못 받는 연예인이 69%다. 1개월에 90만원도 못 버는 ‘저소득 연기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연간 수입 2,000만원 이하인 연예인까지 포함하면 77%다. 무려 80%나 되는 연예인은 제대로 된 생계유지를 보장받지 못해왔지만 그들의 현실은 스타의 그늘에 가려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예인은 연기경력 등에 따라 6등급부터 18등급까지 나뉘는데 이들이 ‘외다수 연기자’로 불린다. 인상 전 1회 출연료가 6등급은 10만6,360원, 18등급은 45만360원이었다. 하지만 ‘외다수 연기자’들로 불리는 이런 등급이 한번 매겨지기 시작하면 다음 작품에서 등급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6일 MBC 방송센터 남문 앞에서 총파업 집회에 참가한 한 연기자는 “10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지난해 내가 번 돈은 재방송료를 포함해 900만원이었다. 연기만 해와서 다른 일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이런 수입으로는 먹고살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물론 비중이 많은 조연이나 주연이 더 많은 비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데뷔하는 신인들은 이런 등급제에 적용받지 않고 주ㆍ조연 배역까지 차지하며 회당 1,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것을 보면 ‘외다수 연기자’들의 현실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최근 MBC와 한예조의 첨예한 대립으로 파행 방송 위기까지 갔던 출연료 협상은 양측의 양보로 극적인 타협을 이뤘다. 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SBS와의 계약도 남았다. 스타뿐만 아니라 저임금에 시달리는 연기자들의 현실도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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