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1.6% 때문에

한번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세 가지가 있다. 한번 잃어버린 기회와 시위를 떠난 화살, 그리고 입에서 나온 말이 그렇다. 이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말’이다. 최근 ‘집값 거품’과 관련해 말의 성찬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 등지의 집값은 거품이고 곧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효력을 발휘해 20~30%까지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 측에서 이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경제 부처 장관과 주요 공직자들이 앞다퉈 자신들이 취한 대책이 이렇게 큰 효력이 있다고 자랑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집값이 안정 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보다 손쉬워져야 한다는 점에 이견을 달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거품보다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그럴까 의아해 하고 있다. 우리는 IMF 사태를 거치며 경제의 일부분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은 집값 거품 붕괴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 거품론은 정부 측에서 처음 나온 말은 아니다. 이달 초부터 민간연구소와 부동산 전문가, 일부 언론에서 조심스럽게 제기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집값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는 민간 전문가들조차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크게 떠드는 모습에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8ㆍ30과 5ㆍ31대책이 위력을 발휘하고 부동산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생뚱맞게 문제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값 거품론으로 유탄을 맞는 것은 청와대 브리핑이 지적한 ‘버블 세븐’ 지역이 아니라 그동안 부동산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수도권 외곽 지역과 지방이라는 점이다. 실제 수도권 외곽 지역과 일부 지방은 정부가 서울 강남 등에만 신경을 쓰는 사이에 넘쳐나는 공급 물량과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집값을 잡는다면서 서울 강남 등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6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보유자 ‘1.6%’가 어떻게 하면 집을 팔아버릴까에 골몰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정부가 연일 거품론을 펼친 지난주에도 서울 강남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정부의 태도라면 이들에 대해 더욱 옥죄는 정책을 펼 것이 뻔하다. 1.6% 때문에 호들갑을 떠는 정부를 보며 대다수 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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