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공룡의 공습에 맞서 국내 중소 온라인쇼핑몰은 해외 직판(직접판매)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안방을 무조건 지키는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에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교두보를 마련해 유통시장의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 직판시장은 언어장벽과 배송체계 구축 등의 어려움으로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다양한 국내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 전문업체를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 현지 마케팅, 고객상담 등을 원스톱 지원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새로운 한류열풍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심플렉스인터넷이 운영하는 카페24의 해외 직판 쇼핑몰은 최근 3만1,500개를 넘어섰다.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지난 2013년 말의 7,500개와 비교하면 1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지원언어도 영어·중국어·일본어에서 지난해에는 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확대됐다. 올 상반기 독일어와 프랑스어까지 추가되면 세계 인구의 90% 이상을 대상으로 국산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카페24의 해외 직판 서비스를 통한 '스타 기업'도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여성의류 전문업체 미아마스빈은 지난해 일본에서만도 1억엔의 매출을 올렸고 스노보드복 전문 쇼핑몰 롬프는 비수기인 여름철 호주와 러시아에 상품을 판매해 평소보다 2배 이상 실적이 좋아졌다. 해외 직판으로 국경과 계절이 사라지면서 전 세계로 고객이 확장된 덕분이다.
메이크샵이 5월에 선보인 해외 직판 전용 오픈마켓 OKDGG에도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점이 잇따르고 있다. OKDGG는 해외에 물건을 판매하려는 국내 업체들이 모인 일종의 온라인 대형마트다. 현재 800여개 업체에 80만종의 상품을 판매 중이고 매일 20만명의 외국인 고객이 방문한다. 지난해 매출은 80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나 껑충 뛰었다. 최근에는 자체 운영하던 농수산 쇼핑몰 하이팜을 OKDGG에 입점시키고 국내 농수산물 해외 직판에도 뛰어들었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는 "해외 직판은 국가별 특성에 맞춘 차별화 서비스가 관건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카페24는 누구나 온라인에서 해외 직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창업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해외 직판시장의 성장이 가파르지만 아직은 해외 직구에 비해 규모나 물량에서 열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는 1,553만건에 15억4,492만달러를 기록했지만 해외 직판은 모두 10만5,400건이 거래돼 2,809만달러에 그쳤다. 성장률도 해외 직구는 연평균 50% 안팎에 달하는 반면 해외 직판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이 해외 직판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승부처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경제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늘어나 중국에서 해외 직구를 하는 하이타오(海淘)족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하이타오족은 이미 국내 해외 직판시장의 58.5%를 차지하고 있고 1인당 평균 구매금액도 다른 나라 고객보다 3배 많다.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못지않게 하이타오족을 공략해야 해외 직판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국내 업체들의 중국 해외 직판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한중 페리여객선을 활용한 해상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온라인 간편결제도 오는 4월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연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중국인 대상의 해외 직판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하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의 주된 목적이 쇼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해외 직판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유커에 이어 하이타오족이 국내 유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는 것에 맞춰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