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인 찾아주기 서둘러야

"기사에 충성 서약 얘기가 나왔던데 우리 A임원도 최근 B씨에게 서약을 했다고 합니다."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진흙탕 싸움이 이뤄지고 있다는 서울경제신문 보도(4월18일자 1ㆍ3면)를 보고 금융권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한 말이다. 아직 회장 선출작업이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차기 유력 후보에게 줄을 댄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조차 "금융사가 아니라 정치판"이라고 할 정도지만 금융지주 회장을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모습은 3년에서 5년마다 반복된다. 짧게는 새 회장이 올 때, 길게는 정권이 바뀌면 금융지주 회장자리를 놓고 같은 현상이 생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원들의 동요다. 새 회장에 유력한 사람에게 줄을 서려는 임직원이 적지 않다. 자연스레 영업은 뒷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주인이 없는 탓"이라고 했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당국의 외풍을 많이 탈 수밖에 없다. KB금융도 그렇다. 외국인 주주가 65% 이상을 갖고 있어 대리인 문제가 계속 생긴다. 주인이 없다 보니 외부에 연을 대려고 하고 이를 통해 자리를 보전하려고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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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서는 "신한과 하나를 보라"는 말이 나온다. 신한은 라응찬 전 회장 등이 물러난 '신한 사태'를 겪었지만 대주주인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다. 하나도 김승유 전 회장이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틀이 잡혀 있다. 신한과 하나의 지배구조가 정답은 아니지만 KB와 우리금융이 3~5년마다 휘청거릴 때 이들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1ㆍ4분기 영업수익은 KB와 우리가 전년 대비 줄고 신한과 하나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주 회장의 권한남용과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운용이다. 지금도 제도는 잘 만들어져 있다.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정치금융을 끊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다시 한 번 금융지주사의 주인 찾아주기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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